99명 중 31위 … 스탠퍼드 선배 우즈와 식사 … 정유진, 꿈의 무대 꿈같은 데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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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필 미켈슨이 16번 홀에서 버디 퍼팅을 놓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오거스타 AP=연합뉴스]

재미교포 데이비드 정(21·한국명 정유진)이 꿈의 무대인 마스터스에서 평생 잊지 못할 데뷔전을 치렀다.

 아무나 갈 수 없고 아무나 초청하지도 않는 그곳, 마스터스. 이 대회는 세계랭킹 50위, 상금 랭킹 30위, 전년도 PGA 투어 우승자, 4대 메이저대회 상위 입상자 등 까다로운 출전 자격을 통과한 선택된 선수만이 초청돼 출전할 수 있다. 2011 마스터스에는 총 99명만이 초청됐다. 그래서 마스터스는 출전 자체만으로도 영광인 무대다.

 8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의 오거스타 내셔널골프장(파72·7435야드)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1라운드. 지난해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해 초청 선수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나선 아마추어 데이비드 정. 그는 첫날 샌디 라일, 알렉산더 체카와 동반 라운드를 펼치며 오거스타에서 ‘골프의 성인’ 보비 존스(미국)의 숨결을 느꼈다. 데이비드 정은 “정말 황홀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1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3개로 이븐파를 쳐 공동 31위에 자리했다.

 아마추어 출전 선수 중에서는 피터 유라인(미국) 등 2명과 함께 성적이 가장 좋았다. 현지 언론은 데이비드 정이 16번 홀까지 2언더파로 질주하자 “아마추어로서 마스터스의 새로운 기록에 도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놓았다. 하지만 마지막 17, 18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하는 바람에 언더파 행진은 중단됐다.

 하지만 그에게 마스터스는 꿈의 무대가 아닌 꿈을 실현하는 장이었다. 무엇보다 대회 개막에 앞서 동경하던 스타와 함께 식사를 하고 TV로만 보던 프로 선수들과 연습 라운드를 하는 등 최고의 마스터스 주간을 보내고 있다.

 스탠퍼드대에 재학 중인 데이비드 정은 지난 3일 대학 동문인 타이거 우즈(미국)의 초청을 받아 클럽하우스 내 챔피언스클럽에서 아침식사를 함께하는 행운을 누렸다. 그는 “대회 출전만으로도 정말 흥분되는 일인데 우상인 골프 황제까지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기뻐했다.

 같은 재미교포인 앤서니 김(26·나이키 골프)과는 3일부터 5일까지 사흘 연속 동반 연습 라운드를 했다. 앤서니 김과 데이비드 정은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라는 공통점 덕분에 몇 년 전부터 친하게 지내고 있다. 데이비드 정은 “연습 라운드를 하면서 코스 공략이나 그린 공략법 등 앤서니 형이 많은 조언을 해 줬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정은 제프 오길비, 애덤 스콧 등과도 연습 라운드를 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위장내과 의사로 일하는 정영민씨의 1남1녀 중 장남인 그는 4세 때 골프를 시작했다. 14세 때는 US 주니어 아마추어 대회에서 최연소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여름에는 포터 컵과 웨스턴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 US 아마추어 챔피언십 준우승 등 3개 아마추어 대회를 휩쓸었다. “이제 새로운 꿈이 생겼다”는 데이비드 정은 2라운드에서 이븐파 성적을 그대로 유지하면 컷 통과도 이룰 수 있다. 함께 출전한 다른 한국(계) 아마추어인 정연진은 1오버파 공동 49위에, 미시간대 심리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아마추어 김준민은 4오버파 공동 87위에 머물렀다.

오거스타=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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