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협약 8년 앞으로…국내외 기업 '해외 조림'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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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기스본〓김동섭 기자]뉴질랜드의 산은 계획된 조림으로 질서정연하게 나무가 심어져 있다. 동북쪽 해안선을 따라 일본 마루베니 상사, 미국 레이오니아사, 한국의 한솔포렘 등 세계 여러나라 기업의 조림지역이 분포돼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8월 호주 멜버른 5천㏊의 초지에 앞으로 10년동안 유칼립투스라는 나무를 심겠다고 발표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회사가 무슨 해외조림 사업' 이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이유는 바로 '탄소배출권' 때문. 97년 채택된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는 오는 2008년부터 탄소배출량을 규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산림녹화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나라와 기업은 나무를 함부로 베어낼 수 없고 탄산가스도 배출하기 어려워진다.

나라별로 이 협약이 정한 탄산가스 배출기준을 맞추지 않으면 탄산가스를 많이 내놓는 산업, 즉 화력발전.제철소 등은 짓지 못한다.

결국 해외조림을 통해 배출허가를 받은 나라나 기업으로부터 탄산가스 배출권을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상황이 된다. 환경보호와 조림이 곧 돈주머니인 셈인데, 2000년부터는 국제산림협약이 정부간 협상으로 진행된다.

◇ 왜 해외조림인가〓영국 옥스퍼드 에너지 컨설턴트인 아이랙스는 최근 "앞으로 탄소가스는 t당 10~20달러에 이르는 배출권 가격을 보장받을 것" 이라며 "영국의 경우 조림과 환경보호를 잘해 2008년부터 5년동안 35억파운드 정도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뉴질랜드 임업연구소 홍성옥(洪性玉)박사는 "80년대말부터 미국.일본.중국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뉴질랜드 국유림의 매각에 관심을 갖고 조림지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며 "나무가 자라 쓸만해지는데 20~30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이라도 국내 기업들이 해외조림에 눈을 돌려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일본 도쿄전력은 내년부터 호주 뉴사우스 웨일스주에 조림을 시작, 2009년까지 4만㏊에 나무를 심을 예정이다. 프랑스 자동차회사 푸조도 해외조림에 나섰다.

현재 한국은 탄산가스 배출감축 의무대상국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의무대상국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97년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2008년부터 나라별 탄소배출량이 규제돼 90년보다 총량기준 5.7% 이상 감축해야 하며, 이보다 많은 탄산가스를 배출하려면 탄소배출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뉴질랜드에 파견 근무중인 산림청 임업연구원 이경학(李慶學)박사는 "우리나라에는 새로 조림할 땅이 적고 아무리 길러도 호주.뉴질랜드의 초지보다 빠르게 기를 수 없다" 며 "10년 뒤를 내다보는 시야로 조림지 선점 경쟁에 뛰어들어 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 국내기업도 뛰어들기 시작했다〓국내 기업들도 해외원정 조림에 나섰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미미하다. 한솔포렘.이건산업 등 6개 기업이 해외 7개국에 확보한 지역은 모두 10만8천㏊. 이중 지난 10월말까지 나무심기를 마친 지역은 3만6천3백88㏊다.

현대.LG.대우 등 대기업도 해외조림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가장 의욕적으로 해외조림에 나선 기업은 한솔포렘. 93년 국내 처음으로 해외조림 사업에 진출, 호주 서부 콜리지역 1만㏊(3천만평.여의도 면적의 30배)에 유칼립투스를 심는 사업을 시작했다.

2002년까지 3천2백만달러를 투입하며, 2003년부터 벌채해 이중 72%를 국내로 들여온다. 한솔은 지난해 2월 뉴질랜드 북섬 동쪽 해안 1만㏊에 대나무를 심기로 계약을 맺은 데 이어 내년중 동남아 지역에 2만㏊, 남미 칠레에 1만5천㏊의 해외 조림을 하기 위해 해당국가와 접촉중이다.

이건산업은 솔로몬군도에 4만㏊를 확보해 95년부터 유칼립투스를 심기 시작해 6천2백여㏊에 조림을 마쳤다. 세양코스모는 베트남 지역 1만5천㏊ 가운데 94년부터 5천3백여㏊를 아카시아나무 숲으로 바꿨다.

남방개발은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지역 2천7백여㏊에 고무나무를 심었으며 올해 1천㏊를 더 심을 예정이다.

중국에 진출한 동해펄프와 한화자원도 목마황나무와 유칼립투스를 심어 해외조림대열에 발을 맞추고 있다.

산림청은 해외조림을 하려는 기업에 빌려주는 연리 3%의 융자금을 지난해 65억원에서 올해 91억원으로, 내년에는 1백32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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