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안 듣는 세균 점점 늘어 심각” 아시아 123개 병원 공동감시망 엮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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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페니실린이 나온 1940년대 이전, 인간이 세균에 무력한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항생제가 듣지 않는 세균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아시아태평양감염재단 송재훈 이사장(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사진)은 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항생제 내성 국제 심포지엄에서 항생제 오·남용이 심각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아시아 지역은 전 세계 인구의 60%가 살지만 항생제 관리가 가장 취약하다 점을 우려했다.

 송 이사장은 항생제 내성을 감시하는 ‘아시아의 파수꾼’으로 불린다. 그는 1996년부터 항생제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아시아의 각국 전문가들에게 전염병에 공동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당시 미국감염학회 회원 명부에 있는 아시아권 회원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 협조를 구했다. 노력의 결실로 아시아 14개 병원 26명의 전문가로 이뤄진 ‘아시아 감염 공동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2년마다 항생제 관련 학술대회도 마련했다. 송 이사장의 노력과 동료 전문가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이 작은 모임은 이제 아시아 123개 병원 200여 명의 연구자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감염 전문가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또 학술대회는 전문가 2000여 명이 참여하는 아시아 최대의 토론장으로 성장했다.

 송 이사장은 “내성균은 본인만 조심한다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항생제를 오·남용 하면 결국 항생제 내성균에 함께 감염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감염질환은 그 동안 항생제 덕분에 완치 가능한 질환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항생제를 무력화하는 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출현한 NDM-1 유전자를 지닌 균에 감염된 환자는 어떤 항생제로도 치료할 수 없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세계보건기구도 올해 보건의 날 주제를 ‘항생제 내성’으로 지정했다.

 “보건체계가 잘 만들어졌다는 미국에서만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때문에 매년 1만 9000여 명이 사망합니다. 내성균은 에이즈나 살인사건보다 더 위험하지만 항생제 오·남용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습니다.”

 이런 이유로 송 이사장은 올해부터 아시아에서 각 국가 질병통제센터와 공조해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다. 항생제를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으면 균은 죽지 않고 오히려 내성만 키워 더 위험한 균으로 변신할 수 있다. 그는 “국가별로 강력한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항생제를 올바로 쓰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권병준 기자

◆NDM-1 유전자=가장 강력한 항생제 중 하나인 카르바페넴에 내성이 있는 효소. 2007년 12월 스웨덴에 거주하던 인도인 남성에게서 처음 발견된 뒤 20여 개국으로 퍼져 유럽에서만 77명이 감염돼 7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0월 국내에서도 환자가 발생해 정부가 법정전염병으로 긴급 고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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