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결혼 3일 앞두고 도지사가 머리카락 자른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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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전북도청 2층 회의실. 김완주(65)전북 지사가 입술을 꾹 다문 표정으로 들어섰다. 100여명의 도청 간부들 앞에서 그의 머리카락이 3분만에 싹둑 잘려 나갔다. 그는 이번 토요일(9일) 장녀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김 지사는 “아흔아홉 섬을 가진 자가 한 섬을 빼앗아 백섬을 채우려는 행위를 결코 보고만 있지 않겠다”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전북도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유치를 위한 투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도지사가 삭발을 결행하고, 전북도민들은 서울에 올라가 대규모 궐기대회도 열 계획이다.

전북도는 6일 전북도청에서 ‘LH분산배치를 위한 범도민 비상시국 선포식’을 열었다.김 지사는 삭발후 “LH 본사를 껴안고 죽을 지언정 내 놓을수는 없다.정부가 약속을 뒤집지 말고 당초 제시한대로 분산배치 원칙을 지키라”고 요구했다.이어서 “특정지역이 승자독식하는 일은 없도록 한층 절박한 심정으로 분산배치를 위한 싸움에 동참해달라”고 200만 전북도민에게 호소했다.

김 지사는 이어 곧바로 직원 100여 명과 함께 LH 입주 예정지인 전주ㆍ완주혁신도시를 찾아 터 밟기 행사에 참석해 LH 본사유치를 염원하는 풍선을 날려 보내며 의지를 다졌다.
LH 본사 유치추진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LH가 경남으로 일괄 배치할 가능성이 큰 만큼 범도민비상시국 선포식을 시작으로 비상체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분산배치를 촉구하는 서울 궐기대회를 21일 개최키로 잠정 결정했으며 5월 초에는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LH 본사 유치를 위한 문화축제를 열기로 했다. 또 이전 문제가 매듭될 때까지 시민사회단체들이 릴레이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으며 대통령 면담도 추진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정부 때 토지공사는 전북 전주혁신도시로,주택공사는 경남 진주혁신도시로 각각 이전하기로 계획됐었다.하지만 이명박 정부들어 주공ㆍ토공이 LH로 통폐합되는 바람에 양측이 ‘일괄이전’과 ‘분산(본사) 배치’를 주장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전북은 본사를 유치하는 곳에느 조직ㆍ인원의 24%를 주고 나머지 76%를 다른 쪽에 배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이에 반해 경남측은 일괄이전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최근 경남권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하면서 LH 본사가 정치논리에 의해 경남으로 가지 않을까 심각한 우려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정부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 쪽은 경남인데도 우리가 불이익을 당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부당한 일이다. 정부를 향해 도민의 강력한 의지와 단합된 힘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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