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유가 인하, 신세계 학비 지원 확대…‘회사엔 손해’ 같아도 증시 반응은 정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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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최근 눈에 띄는 두 가지 기업 뉴스가 나왔다. SK에너지는 휘발유·경유를 L당 100원씩 깎아주겠다고 밝혔다. 소비자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SK에너지로선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신세계는 부장급 이상 임직원이 회사를 떠나더라도 퇴직 후 10년간 자녀 학자금을 연간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역시 신세계 직원에겐 복지가 확대돼 좋겠지만 회사 입장에선 비용을 늘리는 결정이다. ‘비용 대 편익’만 따진다면 분명 회사엔 손해인 사례들이다.

 주식시장의 반응은 어땠을까. 이 소식이 나란히 알려진 4일 증시에서 SK에너지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10.3% 급락했다. 반면에 같은 날 신세계 주가는 2.69% 급등했다.

 이처럼 반응이 엇갈린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이익 감소 규모가 크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유가를 L당 100원 내리면 SK에너지는 연간 2500억~28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반면에 신세계의 경우 올해 새로운 복지제도의 혜택을 받는 사람은 68명이다. 신세계가 부담하는 비용은 많아야 6억8000만원에 불과하다. 물론 향후 복지 비용은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날 것이다. 앞서 이 회사가 임직원이 신세계백화점에서 상품을 구입할 때 5~20% 할인해 주기로 했고, 혜택받는 퇴직 직원도 갈수록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는 ‘실’보다는 ‘득’이 많다고 분석한다. 박종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조원가량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신세계에 이 정도의 비용은 부담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직원의 사기 진작으로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도 이번 유가 인하로 손실이 예상되지만 4일의 주가 하락은 과도했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이 회사가 유가를 1년 내내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이 SK이노베이션 주식을 살 기회”라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골드만삭스증권은 “이익 면에서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에 이런 소식은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정적”이라면서도 “원화 강세와 금리 상승 등으로 물가가 2분기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런 조치는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5일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1.83% 올랐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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