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시장, 공짜표 좋아하다 4600만원 벌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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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라이고사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Antonio Villaraiogosa) 시장이 공짜로 각종 행사 표를 받았다가 4만2000달러(약 460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할 처지가 됐다. 100달러가 넘는 선물은 받을 수 없으며, 50달러 이상 선물은 신고해야 한다는 공무원법 규정을 어겼기 때문이다. 이 규정은 청렴을 유지해야 할 공직자가 선물의 대가로 이권을 건네는 걸 막기 위해 도입됐다.

 비야라이고사는 2005년부터 5년간 34개 행사에 공짜 표를 받고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고 4만2000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캘리포니아주 ‘공정한 정치관행위원회(FPPC)’ 및 LA시 윤리위원회와 2일(현지시간) 합의했다고 LA타임스가 보도했다.

시장은 LA레이커스 농구 경기와 샤키라·스파이스걸스 콘서트, 아카데미상 시상식, 아메리칸 아이돌 결승전 입장권 등 100달러가 넘는 표도 12개나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은 2005년 당선 직후 LA레이커스 홈구장인 스테이플스 센터 소유주인 안슈츠 엔터테인먼트 그룹(AEG) 로비스트로부터 “시장이 농구 경기나 콘서트 등에 참석해 발표하거나 공식 문서로 행사를 기리는 언급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짜 표를 건네는 건 불법”이라는 e-메일을 받았다. 그 뒤 시장은 스테이플스 센터의 농구 경기와 AEG 공연 등에 가며 돈을 내지 않았다.

 로먼 포터 FPPC 위원장은 “시장이 시를 대표해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나 비야라이고사가 받은 공짜 표의 상당수는 시에 신고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스턴 미 정부연구소장은 “이번 벌금은 다른 공직자들에게 경고의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공직자들은 행사에 참석할 때 규정을 지켰는지를 따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야라이고사는 지난 1일 발표한 성명에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규정을 엄격하게 준수하는 게 나의 의무”라고 말했다.

 한편 데이비드 패터슨 전 뉴욕 주지사는 미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무료 입장권을 요구했다가 지난해 6만2125달러(약 660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또 지한파인 찰스 랭글 연방 하원의원은 2007년과 2008년 통신회사들이 비용을 전액 부담한 카리브해 세미나에 참석한 것이 윤리 규정에 위배돼 지난해 3월 제명 처분 다음의 무거운 징계인 공식 견책 징계를 받았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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