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대학생 67% 사교육기관 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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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의 67%가 대학교육 이외에 사설교육기관(어학연수 포함)
에서 교육을 받았거나, 현재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90% 이상이 방학중에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건국언론' 기획기사부가 작년 수도권 소재 대학생 3, 4학년 3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통해 밝혀졌다. 전체 363명 중 사설교육기관에 다닌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246명이었으며, 1인당 연평균 42만원 정도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고 고학년이 될수록 이 비용은 더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분야별로는 영어(어학연수, TOEIC, TOEFL, 회화 등)
에 대한 교육이 63.9%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는 자격증이나 고시(회계, 사법, 컴퓨터 등)
, 기타 운동 등 취미 활동에 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다.

사설교육을 받는 이유로는 '취업 대비를 위해서'라는 대답이 43%로 가장 많았고 그 외에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서' 등으로 조사됐다. 이에 반해 사교육 경험이 없는 학생들은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등으로 답했다. 그러나 이들 중 80%가 앞서 언급한 문제가 해결된다면 사교육을 받겠다고 응답해 많은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사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설교육 경험이 있는 학생의 59.8%가 만족하고 있었으며 불만족스럽다는 답은 10.1%에 불과했다. 대학교육이 취업에 얼마나 도움을 주는가에 대한 답은 70% 이상이 대학의 교육환경, 수업방식, 교육내용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답변을 했다. 오히려 사설교육기관에 대한 만족도가 정규 대학교육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대학생들의 사교육은 매우 일반화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사교육은 취업을 대비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조사된 것을 보면 대학생들에게 사설교육기관이 취업을 위한 필수 요소로 인식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을 가기 위해 중고등학교 때 사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지만 굳이 대학까지 와서 사교육이 필요한 것은 왜일까.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의 취업제도나 기업들의 채용방식일 것이다. 전공능력이 공식적으로 인정되기가 힘들고 객관적 평가자료로 영어가 쓰이는 만큼, 이로 인해 취업 성패가 결정되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경기가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취업난이 극심한 현실에서 취업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자아실현 아닌 취업을 위해 사교육 기관으로 향하는 대학생들의 발길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희령 인터넷 명예기자 <pooh80@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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