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뷰] 제철 만난 중도금 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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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 돈을 빌려 아파트 분양대금을 내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새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져 부담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시중 은행의 분양대금 대출금리(변동금리)는 연 9.2~9.5%선. 주택금융이 본격화된 9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97년 11월 외환위기 직후 18%까지 올랐던 데 비하면 절반 수준이며, 올 초의 12%선보다 크게 낮아졌다.

◇ 급증하는 중도금 대출〓주택은행의 경우 한 달에 5천~6천건 정도의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
금액으로 따져 3천억원이 넘는데, 올 초보다 5배 정도 늘어났다. 국민은행의 중도금 대출도 한달 평균 3천여건에 이른다.

현대산업개발이 최근 용인시 기흥읍 구갈에서 분양한 5백68가구 가운데 3백40가구(59%)가 주택은행으로부터 중도금을 빌렸다. 또 지난 10월 분양된 용인 수지3차 현대아파트 1백74가구(일반 분양분)중 83가구가 연리 9.5%의 조건으로 평화은행에서 대출받았다.

현대산업개발 주택영업팀 임종성 차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높은 이자율 때문에 중도금을 빌리는 사람이 전체의 10%도 안됐는데 요즘은 50%가 넘는다" 고 전했다.

◇ 단체 대출이 더 유리〓국민은행은 개인의 경우 연리 10.12%를 적용하지만 해당 아파트를 짓는 주택업체를 통해 단체로 대출받으면 연리 9.5%선으로 금리를 낮춰준다.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대신 중도금을 이 은행에 예치하는 조건이다. 신한은행도 연리 9.5%에 최장 30년까지 분납하는 조건을 내세웠으며 하나.주택은행 등도 금리가 비슷한 수준이다.

대출금의 회수기간이 짧은 일부 아파트의 경우 이보다 낮은 이자율이 적용되기도 한다. 국민은행 마포지점은 이달초 분양된 신공덕 3지구 삼성아파트에 대해 연리 9.2%로 중도금을 빌려주고 있다. 이 대출금은 완공 때까지 주택업체가 보증을 서고 입주 후에는 아파트를 담보로 잡는 형태다.

◇ 얼마나 유리한가〓33평형 아파트를 2억원에 분양받아 1억원의 중도금을 연리 9.5%로 빌렸다 치자. 중도금을 한 번에 2천만원씩 5차례로 나눠 내고 입주 때(2년뒤) 모두 갚는다고 가정하면 이자 1천76만원을 포함, 모두 2억1천76만원이 들어간다. 올 초 적용되던 12%의 이자율에 비해 2백84만여원이 절약되는 셈이다.

문제는 중간에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신한은행 개인고객부 관계자는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실세금리가 최근 상승 분위기로 돌아서 소폭의 금리조정이 있을 것 같다" 고 말했다. 이에 비해 국민은행 가계금융부 방형수씨는 "변동금리라 하더라도 6개월 혹은 1년 단위로 조정되고 폭도 크지 않기 때문에 부담이 크지 않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란〓아파트를 분양하는 주택업체가 은행과 협의, 이자율.납부조건 등을 정한 뒤 당첨자로부터 신청을 받아 단체로 중도금을 빌리는 것. 개인이 따로 은행에 융자를 신청하는 것보다 이자가 싸고 중도금 납부기일에 맞춰 저절로 주택업체 계좌에 입금되기 때문에 번거롭지 않은 게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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