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95조원 … 상장사들 지난해 장사 잘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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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국내 상장사가 지난해 ‘1조 달러(매출)-1조 달러(시가총액)’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는 3일 유가증권시장·코스닥 상장사의 2010년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이 1206조13억원으로 전년보다 151조1113억원(14.33%) 늘어났다고 밝혔다. 처음으로 매출 1조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매출 1206조원은 지난해 말 기준 원-달러 환율(1134.8원)을 적용하면 1조627억 달러에 달한다. 또 지난해 폐장일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1조899억 달러로 2007년 이후 3년 만에 1조 달러대에 다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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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매출은 1124조620억원으로 코스닥 업체의 매출 81조9393억원의 13.7배에 달했다. 이번 분석은 전년과 실적을 비교할 수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98곳, 코스닥 상장사 795곳 등 1393개사를 대상으로 했다. 한국기업회계기준(K-GAAP)을 사용한 상장사와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한 상장사의 실적을 합산했다. IFRS는 연결재무제표를, 기존 회계기준은 개별재무제표를 주 재무제표로 한다.

 상장사의 연간 영업이익도 100조원 시대를 눈앞에 뒀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94조8435억원으로 전년보다 26조2135억원(38.2%) 늘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영업이익(89조8951억원)이 코스닥 상장사(4조9484억원)의 18배나 됐다.

 코스피가 2000에 다다랐던 2007년에 영업이익이 70조원에 못 미쳤던 것을 감안하면 수익창출력이 눈에 띄게 개선된 모습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기업이 외형과 수익성에서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이익비율(PER)은 9배 수준으로 주요 신흥시장 가운데 러시아 다음으로 낮다. 우리나라 주식이 그만큼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우리는 98년 외환위기 때 이미 경험했고, 구조조정 등 기업 체질 개선작업을 먼저 완료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며 “2010년 기점으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과 이익 수준이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예상했다.

 특히 IT(정보기술)·자동차 업종은 실적 개선의 쌍두마차 역할을 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기전자 업종(K-GAAP 적용기업)은 메모리 반도체, 스마트폰, LED TV 등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무려 758.47%나 증가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영업이익이 각각 3조2266억원, 1조6802억원으로 영업이익 상위 20개사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두 업체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44.37%, 46.81%에 이른다. 이들 업종의 선전은 수출 호조와 설비투자 확대, 민간소비 증가가 맞물리면서 운수장비·기계 등 다른 업종의 순이익을 증가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반면 주택경기 침체와 해외 건설 부문의 부진, 이로 인한 시멘트 수요 감소 등으로 건설(-41.62%)·비금속광물(-55.24%)업종은 적자를 냈다.

 삼성전자로의 이익 쏠림현상도 도드라졌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순이익은 16조1465억원이었다. 사상 최대다. 유가증권시장 598개 상장사 전체 순이익(80조9263억원)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5%에 이른다. 지난해 19.46%보다 비중이 커졌다. 10조원대 이상의 순이익을 달성한 상장사도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코스닥 기업들은 여전히 터널 속에 있는 모습이다. 코스닥 기업들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20.07%로 유가증권시장의 증가율(38.2%)을 밑돈다. 특히 코스닥 기업들의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매출액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1%포인트 정도 올라간 데 반해 코스닥은 0.18%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한편 주요 기업의 올해 1분기 실적과 2분기 실적은 지난해와는 차별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계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과 국제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와 정유·유화, 조선·중공업, 유통 등의 업종은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호실적이 기대된다. 하지만 최근 패널가격 하락과 태블릿PC·스마트폰 판매 부진 등 악재에 직면한 IT업종은 지난 분기 실적이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호실적을 이끌었던 철강업계도 정부의 물가 안정정책에 따라 제품 가격이 묶여 1분기 실적이 그리 좋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2분기 전망과 관련해 대한상공회의소는 3일 ‘2011년 2분기 산업기상도’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의 경우 일본 지진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메모리 가격의 반등이 기대되고 “중동사태가 악화되면 수출 차질이 우려되는 자동차와 고유가에 따른 원가부담이 이어지는 석유화학은 2분기 전망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예상했다. 

김창규·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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