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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Global] 뉴저지주의 ‘포청천’, 주 검찰청 1차장 필립 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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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크리스 크리스티 당시 미국 뉴저지 주지사 당선자는 행정부 구성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선거 캠페인 내내 부정부패 척결과 공직사회 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그는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도와줄 인물이 필요했다. 고심 끝에 연방검찰 뉴저지 지방검찰청장 재직 당시 자신과 함께 부정부패 척결에 나섰던 필립 권(43) 형사범죄부 차장을 직접 만나 주 검찰청 2인자인 제1차장직을 제의했다. 뉴저지 역사상 임명직으로는 최고위 한인 공무원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지난달 23일 트렌턴에 있는 검찰청사 집무실에서 권 차장을 만났다.

뉴욕 중앙일보=정승훈 기자 star@koreadaily.com

●크리스티 주지사의 제의를 받아들인 이유는.

 “그가 제시했던 비전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 승낙했다. 크리스티 주지사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지만 나는 그의 정책을 100% 지지한다. 뉴저지가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는 리더라고 믿는다.”

●주 검찰청 제1차장의 임무는.

 “범죄수사부를 중심으로 각 산하기관의 업무를 총괄한다. 검찰청은 뉴저지 정부기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주립경찰·고속도로교통안전국·인권부·법무부 등 산하기관 12개에 직원이 9000명에 달한다. 주민들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며 정부의 ‘변호사 사무실’ 역할도 한다. 정부기관이나 공무원이 소송을 당할 경우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검사직을 선택한 동기는 무엇인가.

 “럿거스대 법대를 졸업한 후 1997~99년 해럴드 애커맨 연방판사의 서기로 근무하며 연방검사들을 지켜봤다. 정의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검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지금도 그때 배운 것들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애커맨 판사의 서기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다.”

 67년 서울에서 태어난 권 차장은 73년 가족과 함께 뉴욕 업스테이트 용커스로 이민했다.

●학창 시절엔 어떤 학생이었나.

 “브롱스 과학고를 나와 의사가 되려고 조지타운 대학에 진학했다. 부모님은 나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공부를 강요하지는 않으셨다. 이민 1세대로 어려움을 겪는 부모님을 보며 성공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한국말은 서투르지만 한 번도 한국인의 정체성을 잊은 적이 없다.”

●의대에서 법대로 진로를 바꾸었는데.

 “대학에서 미국 헌법을 배운 후부터 법에 관심이 많아졌다. 법대에 다니면서 나중에 ‘중요한 일을 하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그때 약속을 지키는 것 같아 뿌듯하다.”

 99년 연방검찰 뉴저지 지검에 배속된 권 차장은 마약·갱·사기 등 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하며 명성을 날렸다. 2006년 형사범죄부 차장으로 승진한 그는 경제·테러·폭력범죄를 총괄 지휘했다. 특히 공직자 부정부패 수사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이며 당시 크리스티 지검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10년이 넘도록 검사로 재직하며 다양한 사건을 해결했다. 그간 업적을 평가한다면.

 “2007년 연방수사국(FBI)과 공동으로 수사해 샤피 제임스 전 뉴어크 시장을 부패 혐의로 기소했다. 깨끗한 공직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이 결실을 보았다. 힘든 수사과정을 겪은 만큼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다. 정치인은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 사건을 통해 부정부패는 결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혔다.”

●뉴저지는 한인 인구에 비해 고위 공직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기회는 모두에게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처음 검사로 부임했을 때 아시안에 대한 편견이 있었지만 능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선거·학교 등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와 참여도를 높여야 한다.”

●법조계 진출을 희망하는 한인 1.5세와 2세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한인들은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커리어만을 꿈꾼다. 그러나 이제는 사법기관 등 분야를 확대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이중 언어 구사 능력뿐만 아니라 풍부한 기본 상식과 순간적 판단력,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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