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새벽 3시 결단 … 분당을에 정치생명 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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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다음 달 27일 실시되는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30일 선언했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장수가 뒤에 있지 않고 앞장서서 싸우는 게 승리의 길”이라고 말했다. “진보의 대한민국과 보수의 대한민국이 따로 없고 부자의 대한민국, 서민의 대한민국도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변하고 함께 잘살아야 한다는 제 신념에 분당구민의 신임을 요청한다”고도 했다. 역대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많은 표를 줬던 분당에 그가 출마함에 따라 4·27 재·보선 판은 커졌고, 여야 대결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손 대표는 이날 새벽 3시를 전후해 “내가 최선을 다하겠다. 우리 결사항전해 보자”며 측근들에게 전화로 출마 결심을 알렸다고 한다. 분당에 선거사무실과 집을 속히 마련하라는 지시도 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남재 대표비서실 차장, 강훈식 정무특보, 이철희 전략기획위 부위원장 등 지근거리의 측근들은 그간 ‘출마 불가론’에 서 있었다. “한나라당 지지세가 아주 강한 곳이 분당인 만큼 이긴다는 보장이 없고, 패배하면 상처가 크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대표 특보단 간사인 신학용 의원이 23일 “분당은 사지(死地)”라며 출마 반대론을 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가운데 손 대표는 결단을 했다. 2007년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후 정치 생명을 건 두 번째 도박을 한 셈이다. 손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내가 안 나가면 책임 회피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며 “무한책임의 자세로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또 “분열이 아닌 하나가 되는 사회라는 기치를 내걸고 중산층의 상징인 분당에 출마했다”며 “분당에 민주당과 손학규가 그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평가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후보에 대항할 경쟁력 있는 후보를 찾지 못한 만큼 자신이 직접 나서 한나라당과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그런 손 대표에 대해 박지원 원내대표는 “아우성치는 관람객들로 꽉 찬 투우장에 드디어 투우사가 입장했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손 대표의 분당 출마는 향후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가 분당에서 승리하면 야권 내 차기 대선 경쟁에서 앞서가게 된다. 대중의 인지도·지지도도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패배하면 그의 입지는 좁아진다. 그를 지지하는 세력은 “당을 위해 희생한 만큼 흠집을 내선 안 된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반대세력은 대표직 사퇴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지더라도 대선 도전의 꿈을 버리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 패배는 그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로 인해 당과 야권에선 ‘손학규 대안론’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당내 경쟁자인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무소속인 김두관 경남지사 등이 반사이익을 챙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글=채병건·김경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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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

[現]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194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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