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습니다] 신형 제네시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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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국산차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8단 자동변속기를 단 현대 제네시스는 부드러운 변속감과 뛰어난 가속력이 일품이다. 신형 직분사 엔진은 출력이 10% 이상 좋아졌다.


현대차의 첫 후륜 구동 세단인 제네시스가 4년 만에 엔진과 변속기를 신형으로 교체하며 부분변경 모델로 거듭났다.

 디자인은 기존 모델과 거의 비슷하다. 그릴과 헤드램프 디자인을 손봐 더욱 점잖게 했다. 헤드램프에는 요즘 유행하는 발광다이오드(LED)를 넣어 차별화했다. 머플러(소음기)도 그랜저처럼 일체형으로 변경했다. 실내 디자인은 대부분 그대로다. 대신 편의장치를 대폭 보강했다. 겨울철에 용이한 열선 스티어링휠이나 통풍 시트 등은 경쟁하는 독일 차보다 모두 앞선 편의장치다.

 시승차는 6290만원 하는 3.8L 최고급 사양이다. 버튼 시동 스위치를 꾹 눌러 시동을 걸었다. 현대차만의 탁월한 정숙성이 돋보인다. 운전석 시트는 단단하게 몸을 고정시켜준다. 액셀을 밟자 거침없이 나아간다. 동력장치 성능이 기존 모델보다 10% 이상 개선된 효과다. 특히 초반 가속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독일 차 느낌이 날 정도다. 신형 직분사 람다 GDi 엔진은 3.3L 모델과 3.8L 모델 모두 기존 엔진보다 30마력 이상 출력이 높아졌다.

 국산 차에 처음 적용된 8단 자동변속기는 변속 시간이 빨라진 데다 부드러워 충격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300마력이 넘는 출력을 부족함 없이 제대로 받아낸다. 그동안 현대차는 엔진 성능 개선에 비해 변속기가 뒤졌지만 8단 자동변속기는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연구소 개발진에 박수를 보낸다.

 주행 중에 ‘열선 스티어링휠’의 스위치를 눌렀다. 10여 초 만에 온기가 전달된다.

 주행성능은 만족할 수준이다. 시속 200㎞까지 가속하는 데 전혀 모자람이 없다. 대신 고속에서 주행 안정감은 한번 더 거를 필요가 있다. 가격에서 제네시스와 경쟁하는 독일 수입차인 BMW 528, 벤츠 E300과 비교하면 고속주행 안정감은 아무래도 떨어진다. 가장 큰 차이가 핸들링이다. 운전자가 고속주행에서 차를 신뢰할 수 있는 포인트는 핸들링이다. 도로에서 이상 물체를 발견하고 돌발적으로 차선을 변경할 때 확연한 차이를 감지할 수 있다. 브레이크도 고속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경쟁 독일 차에 비해 한 단계 뒤진 것이 느껴진다. 브레이크 용량뿐 아니라 차체와 엔진, 그리고 이를 제어하는 제동장치의 전체적인 밸런스 차이다.

 어쨌든 제네시스는 부분변경을 통해 그동안 지적됐던 단점을 훌륭하게 개선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에서 갈고닦은 경험을 통해 3∼4년 후 2세대 제네시스를 내놓을 때가 기다려진다. 충분히 독일 수입차와 경쟁할 만한 ‘대단한 물건’을 내놓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문제는 가격이다. 현대차는 8단 자동변속기와 직분사 엔진을 달면서 기존 가격보다 200만원 이상 올렸다. 이유야 어떻든 BMW 528, 벤츠 E300과 가격 차이가 더욱 줄어들었다. 제네시스의 최고급 사양과 비교하면 불과 300만원 차이다. 통상 수입차는 400만∼500만원은 할인해 준다. 그럴 경우 ‘현대’라는 대중 브랜드를 단 제네시스는 내수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제네시스 가격은 3.3L 4310만원부터 3.8L 최고급형은 6290만원.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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