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일 “신공항 살려낼 것” … 허남식 “가덕도 독자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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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0일 신공항 건립을 사실상 백지화하자 영남지역 주민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언론에서 나돌던 ‘백지화설’이 사실로 나타나자 “대국민 사기극” “국민 기만 작태” 등의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대구·부산 주민들은 TV로 평가 결과 발표를 지켜보다 점수가 경제성 기준인 50점에 훨씬 못 미치자 ‘각본대로’라며 정부를 성토했다. 신공항 후보지인 경남 밀양의 엄용수 시장은 발표 직후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밀양을 지지한 대구·울산·경북·경남 등 4개 지역 시장·도지사는 기자회견을 하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영남권 주민의 오랜 염원을 저버린 백지화 결정에 강력히 항의한다”고 말했다.

 김두관 경남지사도 “정부는 그동안의 약속과 신뢰를 저버리는 결정을 했다. 국정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에 대한 신뢰인데 이것이 무너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어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는 국가의 중요한 정책 결정 사항이 정치논리에 의해 좌초된 것”이라며 “남부권 2000만 주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나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신공항 유치 시민단체는 공황 상태다. 영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시·도민 결사추진위원회는 이날을 ‘지방 대학살의 날’로 규정했다. 강주열 본부장은 “이미 ‘정답’을 만들어 놓은 마당에 어떻게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었겠느냐”며 “이는 끼워맞추기이며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토연구원의 용역 결과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시민들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시민 김범조(35)씨는 “신공항을 백지화한다는 말이 나오는 상태에서 현장 실사를 한 것은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가덕도를 내세운 부산시도 거세게 반발했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정부 입지평가위원회의 발표는 신공항 건설을 사실상 무산시키는 것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허 시장은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신공항 건설이 부적합하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구·부산 등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신공항 건설의 불씨를 살려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허남식 부산시장도 “이제부터 시민의 지혜와 힘을 모아 김해공항의 가덕도 이전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충청권은 국책사업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과학벨트가 특정 지역 민심을 달래는 대안으로 변질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그렇게 된다면 새로운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권삼·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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