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영화 보는데 한국인·미국인 따로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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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다운타운의 ‘트라이베카’ 극장. 뉴욕 영화가의 메카인 이곳에서 심형래(사진) 감독의 두 번째 미국 진출작 ‘라스트 갓파더(Last Godfather)’ 시사회가 열렸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왼쪽 열에서 웃음이 터져나올 때 오른쪽 열은 조용했다. 잠시 뒤엔 거꾸로였다. 공교롭게도 왼쪽 열엔 주로 한국인 관객이, 오른쪽 열엔 현지인이 자리잡았다.

 심 감독은 “‘라스트 갓파더’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게 웃음의 코드였다”며 “내가 재미있다고 한 장면에선 미국 스태프가 무덤덤했던 반면 미국 스태프가 데굴데굴 구른 장면에선 뭐가 우스우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영구 시리즈의 최대 히트작 ‘영구 없~다’ 대사도 영어로 번역하려다 도저히 마땅한 표현을 찾을 수 없어 눈물을 머금고 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몸으로 보여주는 슬랩스틱 코미디엔 국경이 없었다. 영구가 모처럼 활약한 뒤 흥에 겨워 양쪽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띠리리리리리~”라며 춤을 추다 쓰레기통과 부딪치는 장면에선 객석 전체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라스트 갓파더는 4월 1일 미국 대도시 55개 개봉관에서 막을 올린다.

 심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과정도 어려웠지만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 에이전트와 계약하고 배급사를 찾는 일이 훨씬 더 힘들었다”며 “한국 영화가 세계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선 일본의 소니픽처스처럼 세계적인 영화 제작·배급사를 확보하는 게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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