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형·언니는 가장 가까운 선생님, 솔직하게 나를 보여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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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공신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이하늘(서울 홍익디자인고 3)양이 멘토링 성공 노하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명헌 기자]

중앙일보의 ‘2011 공부의 신 프로젝트’가 다음 달 1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전국의 중고생 2000명이 공부 나눔 봉사자로 나선 대학생 2000명과 일대일 결연을 맺고 학습법과 대인 관계 등에 대한 조언을 얻게 된다. 멘티가 된 중고생은 학습지도를 받는 것뿐 아니라 대학생 멘토와 친형·언니처럼 지내고 싶어한다. 지난해 공신 프로젝트로 성적도 올리고 멘토와 돈독한 친분도 쌓은 중고생 멘티들에게 비결을 물었다.

멘토 만나면 이렇게

친하게 지내더라도 예의 지켜야

이지선(창원 성민여고 1)양은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까지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멘토링 기간 5개월 내내 멘토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며 깍듯하게 대했다. ‘배움을 주고받는 관계’라는 인식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였다. 멘토링 성과도 좋았다. 40~50점대에서 제자리걸음이던 국어와 영어 성적을 90점대로 끌어올렸다. 지난 기말고사에서는 두 과목 모두 한 문제씩만 틀렸다. 지선이 스스로 “상상도 못했던 기적 같은 결과”라고 평가할 정도다. 멘토였던 박성서(경기대 경영학과 3)씨와의 인연도 이어 가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멘토와의 관계가 좋았던 건 아니다. “당연히 여자 멘토와 연결될 줄 알았는데 남자 멘토라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좀 싫었다”고 털어놨다. 박씨가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거나 문자를 보내도 무뚝뚝하게 응대했다. 그러다 “내가 멘토라면 나 같은 멘티가 얼마나 싫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도를 정중하게 바꾸자 멘토링 진행이 원활해졌다. 시험 기간에 밤늦게 공부하다가도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박씨에게 곧바로 문자를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 박씨도 즉각 답을 보내 줬다. 지선이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하니 질문할 때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며 “친하게 지내더라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게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영(서울여대 경영학과 1)씨도 지 난해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멘토와 이야기할 때 “언니께서…”라며 꼭 존칭을 사용했다. 멘토가 ‘날씨 추우니 옷 따뜻하게 입고 나가라’거나 책에서 읽은 좋은 글귀를 문자로 보내 줄 때도 ‘감사합니다. 정말 큰 힘이 돼요’라는 답신을 빠뜨리지 않았다. 이씨는 “멘티가 일방적으로 받으려고만 하면 멘토가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느냐”며 “멘토가 신경 써 주는 것에 대해 그때그때 감사함만 표시해도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움 받고 싶은 분야, 구체적으로

최태임(성신여대 생활과학과 1)씨는 “멘토에게 나의 부족한 부분, 내가 도움 받고 싶은 부분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멘토링 성공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최씨는 지난해 대학생 멘토에게 처음 연락이 오자마자 자신의 모의고사 성적과 취약 과목 성적을 정리해 e-메일로 보냈다. 어떤 부분에서 도움을 받고 싶은지, 자신이 얼마나 절실한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멘토도 “불규칙한 생활습관 때문에 성적 기복이 커진 것 같다”며 고3의 2학기 시기별 학습법에 대해 상세하게 정리해 답 메일을 보내 줬다. 최씨는 “나에 대해 파악하는 시간을 최소화해 곧바로 본격적인 멘토링을 진행한 게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이하늘(서울 홍익디자인고 3)양은 “멘티가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멘토가 아무리 도와주고 싶어도 멘티가 시큰둥해서는 멘토링에 성과가 날 수 없다는 말이다. 하늘이는 “원래 낯을 가리는 편이지만, 멘토에게는 일부러 연락도 자주 하고 질문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멘토링을 받은 덕에 전교 17등이던 성적도 10등 이내로 올랐다. 하늘이는 “멘토링도 결국 인간관계”라며 “내가 진심으로 성실하게 한 만큼 멘토와의 관계도 좋아지고 성적도 향상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멘토에게 괜한 오해를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멘토와 멘티가 어느 시기에 바쁜지 미리 일정을 공유하면 연락이 끊기더라도 서로 오해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서지원(충남 쌘뽈여고 3)양은 “멘토 오빠의 시험 기간을 먼저 물어봤다”며 “그 기간에는 나도 최대한 배려해 급한 문자 같은 건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원이는 “멘토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눠 주려는 자원봉사자”라며 “멘토의 진심을 믿고, 공손하고 솔직하게 멘토링에 임한다면 모두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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