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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명사의 조언] 『아프니까 청춘이다』 저자 김난도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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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김난도 교수(48·소비자아동학과)가 청년들에게 보내는 조언을 담아 지난해 말 펴낸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50만 권이 팔렸다. 청소년을 위한 명사의 조언 두 번째는 이 시대의 멘토로 떠오른 김난도 교수가 이어간다. 14일 오후 서울대 연구실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김난도 교수는 “조언을 구하러 오는 학생들 대부분은 자신이 답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것이 첫 번째”라고 말했다. [최명헌 기자]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인기의 비결은.

“이렇게 많이 팔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이나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봐도 그렇고, 지금 이 시대가 멘토링에 목마른 것 같다. 따뜻하게 공감해주고 솔직하게 조언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한 거다.”

-멘토로서 학생들에게 어떻게 조언하나.

“간혹 ‘어떻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찾아오는 학생들이 있다. 사실, 대부분 본인들이 답을 알고 있지만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과 대화하고 공감하며 답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한다. 목표까지 세세히 정해줄 순 없다. 마지막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멘토는 목적지에 대한 확신을 주며 외로운 길을 동행해주는 안내자 역할을 할 뿐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초조, 절망감에 힘들어하는 청소년이 많은데.

“미국 속담에 ‘어느 집이든 옷장을 열면 해골이 쏟아진다’는 말이 있다. 아무 아픔도 없고 질서정연하게 정돈돼 있는 삶을 기대하지 마라. 열등감이나 아픔 없는 사람은 없다. 과거의 아팠던 기억을 좌절의 빌미로 삼지 마라. 오히려 현재의 아픔을 내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아픔이 있었는데도 큰 사람이 됐다’는 생각보다는 바로 그 아픔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할 수 없는 경험을 통해 큰 사람이 될 수 있는 거란 생각을 해라.”

-서울대 법대를 나와 소비자학 교수가 됐다. 진로가 많이 바뀐 것 아닌가.

“적성보다는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했다. 배치표에서 다른 과가 제일 높았다면 거길 갔을 거다. 대학 때 행정고시를 준비했는데 잘 안 됐다. 대신 대학원에 진학해 행정학 공부를 계속 했다. 미래사회는 소비자의 시대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내 세부전공인 조직행태를 살려 1997년부터 지금까지 소비자학을 가르치고 있다. 젊은 날, 고시에 떨어지면 비참한 인생이 펼쳐질 거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한 판의 훌륭한 인생이 있었다. 지금 삶이 정말 좋다. 학생들을 만나고 가르치는 일이 재미있고 보람차다. 계획하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곳에도 얼마든지 훌륭한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

-학생들은 꿈이 너무 많거나 확실한 꿈이 없다는 고민을 많이 한다.

“꿈은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다. 진로를 모색할 때 특정 직업을 정해 놓고 거기에 자신을 끼워 맞출 필요가 없다. 계속 내가 뭘 잘하는지, 또 그걸 어디에 적용할 수 있을지 면밀히 탐색해야 한다. 만약 ‘난 적극적이라 대중 앞에 서는 것을 좋아하니 연예인을 해야겠어’라고 생각한다고 해보자. 그런데 적극적인 성격이 필요한 직업은 가수뿐만이 아니다. 애플사 사장인 스티브 잡스도 수만 명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려면 그런 성격이 필요하다. 직업을 한정할 필요가 없다. 당장 ‘확고하다’는 생각이 드는 계획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변해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앞으로 살면서 만나게 될 사람이나 우연히 일어나는 사소한 사건들에 의해 생각지 못했던 다른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가기도 한다. 미래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두고 내 재능을 어디에 가장 잘 발휘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해라.”

-꿈을 찾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뭔가.

“백조는 물 위에 우아하게 떠 있지만 물속에서는 엄청나게 발길질을 한다. 직업을 선택할 때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모습만 보지 말고 그 이면을 살펴봐라. 내 직업인 교수를 예로 들어보자. 사람들은 교수를 수업시간에 강의만 하면 되는 편한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연구와 강의 준비, 집필활동으로 눈코 뜰 새가 없다. 주말 반납은 일상이다. 그러나 난 이 치열함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 직업에 만족하는 거다. 모든 직업엔 백조의 발 구름, 즉 남들이 잘 모르는 힘든 점이 있다. 그것까지 사랑할 수 있어야 후회가 없다.”

-입시 실패나 성적으로 인한 좌절감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조언한다면.

“인생에 늦은 나이는 없다. 빨리 뭔가를 이뤄내야 한다는 조급증에 시달리지 말고 멀리 봐라. 일생을 하루 24시간으로 치환해보자. 내가 고안한 ‘인생시계’ 계산법이다. 80세까지 산다고 치면 1년은 18분으로 계산되니 지금 나이에 18분을 곱하면 된다. 지금 고3은 대부분 19세인데 인생시계로 치면 오전 5시42분이다. 해도 뜨지 않은 한참 이른 시간이다. 소설가 박완서씨는 나이 마흔에 첫 작품을 냈다. 나도 35세 때까지 직업이 없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도 48세에 냈다. 절대 가능성을 닫지 마라. 하고 싶은 일을 분명히 찾고 그 직업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인생에 늦은 나이는 없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부지런히 내공을 쌓다 보면 그 노력이 차곡차곡 쌓여 한 사람의 멋진 인생을 이룬다.”

-‘인생시계’로 오전 6시도 안 된 청소년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만의 스토리, 차별화된 능력을 갖춘 인재가 돼라.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비슷한 스펙을 쌓게 된다. 차별화하려면 자신의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 청소년기는 아직 날이 채 밝아오지도 않은 새벽이다. 가능성이 충분하다. ‘난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어’라고 주문을 외며 강단 있게 자기 자신을 믿어줘라. 그리고 오늘 주어지는 일에 충실하고 또 치열해라.”

김난도 교수(twitter @kimrando)는
1963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서울 마포고, 서울대 법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거쳐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쓴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출간 한 달도 안 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현재 학생들에게 ‘란도 샘’이라고 불리며 트위터(@kimrando)와 강연으로 젊은이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글=설승은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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