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 정읍·고창·부안 뭉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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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북 고창군에는 한 해에 700여 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이들 가운데 태반은 고인돌·선운사 등을 둘러본 뒤 곧바로 다른 지역으로 빠져 나간다. 스쳐 지나가던 이들 당일치기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고창과 부안·정읍 지역을 연계한 체험관광 코스가 이르면 올 하반기 중 개통된다. 이를 위해 3개 지방자치단체는 관광 안내 서적을 함께 발간하고, 홍보 마케팅도 공동으로 진행한다.

 신학준 고창군 관광진흥계장은 “그 동안 제각각 진행하던 마케팅을 공동으로 하면 비용은 절감되면서 수입이 지금보다 2~3배 증가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서남권에 있는 정읍시와 고창군·부안군이 뭉쳤다. 노령산맥의 서남부에 경계를 맞댄 이들 3개 시·군은 백제문화와 동학혁명의 중심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 지방자치단체는 올해부터 인사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김생기 정읍시장과 김호수 부안군수, 이강수 고창군수는 31일 정읍시청에서 ‘업무교류 협약식’을 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행정구역 통합을 앞둔 선제적 행보로도 해석될 수 있어 관심을 모은다.

 인사 교류는 6월부터 각각 10명의 공무원을 교차 근무시키기로 했다. 우선 5급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하고 점차 간부 공무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파견 공무원들에게는 교통비 등을 지급하고 승진 등에 우선권을 줄 방침이다.

 정읍시의 한 공무원은 “시·군 공무원들의 경우 한 지역에서만 20~30년간 근무함으로써 시야가 좁아지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등 부작용이 있다”며 “다른 지역, 새로운 근무환경을 접할 경우 자신을 충전하고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 넣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개 시·군은 또 ‘서남권협의회’를 만들어 관광을 시작으로 교육·복지·의료 등으로 업무협력 분야를 넓혀 나가기로 했다. 그 동안 따로 만들던 관광 안내 지도를 ‘전북 서남권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묶어 펴낼 계획이다. 또 신문·방송 광고도 함께 진행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정읍의 쌀·한우와 부안의 뽕, 고창의 복분자 등 각 지역 특산물에 대한 연계 마케팅도 펼친다.

 이 같은 협력 강화는 서남권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3개 시·군 간 강력한 연대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에서 나왔다. 실제 김생기 시장과 김호수·이강수 군수는 지난해부터 “인접한 3개 지역이 발전하려면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약안은 부단체장과 실무자들이 만나 의견을 조율한 끝에 만들었다.

 김생기 정읍시장은 “앞으로 지역 공통의 테마나 발전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보자는 차원에서 업무 협력과 인사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광역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 중인 시점에 3개 시·군이 먼저 인적 교류를 실천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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