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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대통령 아닌 참모가 “항명으로 다스릴 것” … 국방개혁 무슨 일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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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국방부가 김관진 장관을 중심으로 국방개혁을 잘 해나갈 것으로 본다”며 “청와대는 이를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은 국방개혁을 준비하는 과정도 그렇고, 시종일관 김관진 장관에 대해 대단한 신뢰와 기대를 가지고 있으며 김 장관 본인의 개혁의지가 커 국방부가 중심이 돼 자기 개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의 이 언급은 합참의장과 각군 총장의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 ‘307 국방개혁’을 둘러싼 예비역 및 일부 현역의 반발과 이에 대한 청와대 핵심 인사의 ‘항명(抗命) 간주’ 발언으로 청(靑)-군(軍) 갈등 조짐이 보이는 시점에서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발언은 김관진 장관이 군개혁을 완수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면서 동요하는 군을 다독거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 발언 배경은 지난주로 거슬러 올라간다. 23일 오후 서울 국방부의 대회의실. 성우회·재향군인회 소속 예비역 장성 40여 명이 국방부의 ‘국방정책 설명회’에 참석했다. 91년 ‘8·18 군개혁’ 이후 20년 만에 상부지휘구조를 느슨한 합동군 체제로 바꾼 국방개혁안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 김종환 전 합참의장, 조영길 전 국방장관 등은 김관진 장관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일제히 문제점을 지적했다. “합참의장의 권한이 너무 세 문민화가 위협받을 수 있다” “합동작전능력, 지휘능력 결여가 문제이지 제도 문제가 아니다” “2015년 전작권 이양을 앞두고 지휘구조를 왜 개편하느냐”는 내용이었다.

국방회관으로 옮겨 계속된 오찬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비역 장성들은 얼굴을 붉혔고, 김관진 장관의 얼굴은 굳었다.

 군 구조 개편안은 시작 단계부터 논란이 일었다. 군정권이 없는 합참의장에게 제한적 군정권을 주고, 군정권을 가진 3군 총장에게 군령권을 동시에 줘 합참의장과 3군 참모총장의 권한이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다. 합참의장과 각군 총장이 현재의 안보 환경에서 인사 문제와 작전 문제를 함께 다룰 수 있느냐는 의문의 목소리도 나왔다. 육·해·공 간의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합동군제가 될 경우 육군 종속을 우려하는 해·공군이 반발했다. 육군에서도 2020년까지 장성 수를 15%(60여 명)나 줄이기로 하자 볼멘소리가 나왔다.

 청와대 기류는 지난 주말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예비역과 일부 현역의 반발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면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연평도 포격 당시 공군이 F-15 전투기에 북한의 공격 원점을 타격할 수 있는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하지도 않았는데, 합참 때문에 ‘타격하지 못했다’고 거짓말했다”는 내용도 설명했다. ‘개혁에 반발하는 군이 이 정도’라는 얘기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해군은 개혁안이 마무리돼 가던 지난해 말부터 ‘군개혁 저지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언론 플레이를 해왔 다”고 말했다.

 28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로부터 ‘항명 간주’ 발언이 불거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언론에 “현역 가운데 국방개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즉각 인사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군의 ‘고인 물’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이번 사태를 통해 여실히 입증됐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정권마다 개혁을 시도했지만 매번 군 내 반발로 무산됐다”며 “군의 반개혁 의식과 예비역의 영향력이 이렇게 강한 곳이 대한민국 말고 어디 있냐”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의 ‘항명 간주’ 언급이 나온 뒤 예비역과 일부 현역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예비역 장성은 “충정으로 한 얘기가 왜 개혁 발목잡기로 비쳐지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김 장관 중심 개혁 주문은 이런 저간의 분위기와 떼놓을 수 없다. 김희정 대변인은 “‘항명 간주’ 언급 등에 대해 청와대 내에선 공식적으로 그런 논의가 없었고 거론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김수정·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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