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개선 방향과 성공 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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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이 제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운영이 전면 손질돼야한다.

특히 워크아웃 실적이 좋은 기업은 조기 졸업시키고, 가망없는 기업은 중도에라도 퇴진시키는 등 워크아웃의 목적과 기능을 살려나가야 한다는 점에 정부 및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구조개혁기획단 서근우(徐槿宇) 심의관은 "워크아웃을 원칙대로 운영하면 이미 탈락했어야 하거나 조기 졸업했어야할 기업이 수두룩하다" 며 "그동안에는 이를 엄격하게 따지지 않았으나 내년부터는 은행들이 워크아웃 규정을 제대로 지키도록 하는데 주력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채권단과 기업구조조정위는 새로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FLC)에 따라 워크아웃 대상기업의 신용등급을 5단계로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내년초 연말 결산자료가 나오면 이들 기업의 신용등급을 최종 확정하고, 이를 토대로 워크아웃 중도 탈락업체와 조기 졸업업체를 선별한다는 복안이다.

1등급인 '요주의 1(대손충당금 적립비율 2%)' 에 속하는 업체는 성적이 좋은 조기졸업 대상이다.

채권단은 이 등급에 속한 업체 가운데 2~3개는 내년초까지 졸업시킨다는 복안이다.

반면 최하위인 '고정 2(대손충당금 적립비율 20%)' 에 속하는 업체는 탈락대상이다. 최근 채권단에 2차 채무조정을 신청한 업체의 상당수가 이 등급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중요한 것은 워크아웃 대상기업의 노력이다. 컴퓨터 및 네트워크 시스템 설치.관리 회사인 한국컴퓨터는 지난해 8월 워크아웃에 들어가 2001년말 종료될 계획이었으나 내년 상반기 조기졸업이 예정돼 있다.

2002년부터 갚기로 돼 있는 대출금 1천66억원 가운데 2백70억원은 올해 벌써 갚았다. 채권단이 57억원의 신규 운영자금을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장사가 잘돼 스스로 조달했다.

주관은행인 신한은행은 "외환위기 직후 일시적으로 해외전환사채를 조기상환할 돈이 부족했을 뿐 영업 전망.기술력 등 모든 것이 좋아 워크아웃이 성긍을 거두고 있다" 고 말했다.

한국컴퓨터의 회생에는 뼈를 깎는 자구노력도 따랐다. 10개 계열사 중 출판.금융등 비주력 2개사를 매각하고 나머지 8개 계열사를 통폐합해 3개로 줄였다.

인원도 9백55명에서 6백75명으로 약 30%를 줄였으며, 급여도 평균 25% 깎았다.

이밖에 대구백화점도 8개 계열사를 주력 2개만 남기는 등 자구노력으로 회생궤도에 올랐고, 쌍용건설.동양물산 등 10여곳도 회생전망이 밝다.

워크아웃 성공 조짐이 보이는 기업의 공통점은 ▶빚이 그리 많지 않고 ▶기업도 적극 자구노력을 했으며 ▶금융기관도 회생의 확신을 갖고 적극 지원한 경우 등이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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