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병천순대촌, 아직도 구제역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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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8일 낮 12시30분쯤 충남 천안시 병천면 순대거리의 한 식당 직원들이 썰렁한 식당 안을 지키며 서 있다. 구제역이 진정됐지만 순대거리는 아직 구제역 파동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천안=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천안시 병천면 아우내 삼거리. 50여 년간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병천 순대타운이 있는 이곳에는 순대국밥집 29곳이 영업 중이다. 28일 낮 12시 순대타운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원조병천토종순대집’. 60여 명이 한꺼번에 앉을 정도의 좌석에는 겨우 10여 명만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다.

박향숙(58·여) 사장은 “충남에서 구제역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점심시간이면 좌석이 거의 다 찼었다”며 “하지만 구제역 발생 이후 고객이 60% 이상 줄어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는 “구제역 발생 이후 돼지고기나 기타 부속물로 만든 음식을 꺼리는 데다 음식값을 올리는 바람에 고객의 발길이 끊긴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25일 구제역 종식을 선언했다. 구제역 발생 116일 만이다. 하지만 병천순대 타운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안동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이후 전국에서 돼지 332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 때문에 순대의 주재료인 머리고기 등 부속물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덩달아 돼지 부속물과 순대국밥 값도 올랐다. 병천 순대타운 음식점에 따르면 구제역 발생 이후 돼지머리 한 개가 5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140%가 올랐다. 또 사골 뼈(20㎏)는 2만2000원에서 4만5000~5만원으로 뛰었다.

병천 순대타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손진구(33)씨는 “돼지고기는 수입산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부산물은 수입이 거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월 중순 이후 순대 국밥은 한 그릇에 종전 5000원에서 6000원, 순대 한 접시는 800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됐다.

천안=김방현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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