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슨 인수한 삼성, 주시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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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메디슨을 인수한 삼성전자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기기 시장의 특성상 관련 시장에서 삼성의 성장이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독일 지멘스의 헬스케어 임상사업부를 책임지고 있는 노버트 가우스(50·사진) 박사의 말이다. 최근 방한한 가우스 박사는 지멘스의 전 세계 초음파와 X레이 기기 사업을 맡고 있다. 미국의 GE, 네덜란드의 필립스와 함께 의료기기 ‘빅3’로 꼽히는 지멘스는 각종 의료기기를 사업부 형태로 분사해 운영한다. 초음파 진단기기 전문업체인 메디슨, 그리고 이를 인수한 삼성과는 경쟁 상대가 됐다.

그는 “짧은 시간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의 역량을 존중한다”며 “시장에 어떤 변화를 줄지 계속 지켜봐야 하겠으나 우리 또한 전 세계에서 막강한 팀을 구축하고 투자해온 만큼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더라도 경쟁력을 굳건히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생산과 연구·개발 기지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지멘스는 성남, 경북 포항·경주 등에서 초음파 기기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경기 분당과 포항·경주에는 연구개발(R&D) 센터까지 세웠다. “이런 게 바로 한국에 대한 지멘스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가우스 박사는 설명했다.

 가우스 박사는 한국과 미국의 R&D 센터가 한 팀이 돼 개발한 결과물들도 있다고 했다. 초음파를 이용해 3차원(3D) 이미지를 순식간에 그려내는 자동화 시스템이 그중 하나다.

전에는 2차원 사진을 이리저리 찍은 뒤에 이어 맞춰 3D 영상을 만들었으나, 이제는 3D 영상을 즉석에서 얻어낼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심장 박동의 3D 이미지를 얻어낸 것은 대단한 성과”라며 “검사비용이 줄어 전반적인 의료비용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기술을 이용해 지멘스는 유방암 진단 등을 위한 3D 초음파기기를 내놓았다.

 이와 함께 인체 조직이 얼마나 굳어있는지 정도를 알아내 간경화와 종양 등을 진단하는 초음파 기술도 소개했다. 초음파 기기에서 내보낸 신호가 간경화 환자의 간에 부딪힌 뒤 돌아올 때 신호의 특성이 달라진다는 점을 응용한 것이다.

 가우스 박사는 한편으로 “X레이 기기 시장에서는 방사능을 얼마나 덜 쬐나 하는 ‘저선량 기술’이 중요한 트렌드”라고 했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높아져 이 같은 추세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는 “X레이 촬영을 여러차례 했다고 해서 암처럼 치명적인 병에 걸렸다는 구체적인 임상 데이터는 없지만, 미국과 유럽의 환자들이 저선량 기기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추세에 맞춰 지멘스는 실제 저선량 X레이 촬영장치를 개발·출시했다. 가우스 박사는“저선량일 경우 X선 사진의 해상도가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지멘스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제품화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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