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EO] 피셰츠리드 BMW 前회장 폴크스바겐으로

중앙일보

입력

베른트 피셰츠리드(51.사진)전 BMW 회장이 라이벌 회사이자 유럽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인 폴크스바겐으로 자리를 옮긴다.

새로 맡게 될 직책은 폴크스바겐의 스페인 브랜드인 '시트' 의 회장 겸 폴크스바겐 전제품의 품질관리 책임자.

지난 2월 BMW 자회사인 로버의 적자에 대한 주주들의 책임 추궁으로 경영권을 박탈당한 지 10개월만의 복귀다.

피셰츠리드 회장은 지난해 폴크스바겐과 롤스로이스 인수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페르디난트 피히 폴크스바겐 회장을 보기좋게 '한방' 먹였던 인물이다.

BMW는 당시 인수에는 실패했으나 롤스로이스라는 브랜드 이름을 2002년까지 쓸 수 있도록 알짜 계약을 했다.

폴크스바겐이 이런 악연에도 불구하고 피셰츠리드를 영입한 이유는 품질관리만큼은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로버의 매입으로 경영에 손실은 끼쳤지만 93년 그가 회장직을 맡은 이후 BMW는 품질면에서는 자동차 업계의 확고부동한 선두를 달려왔다.

피히 현 폴크스바겐 회장의 임기가 2002년으로 끝난다는 것도 영입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피히 회장은 자신의 입지 강화를 위해 경영진의 숫자와 업무 권한을 계속 축소해왔기 때문에 그의 뒤를 이을 마땅한 내부 인사가 없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피셰츠리드가 사실상 차기 회장으로 낙점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폴크스바겐은 최근 유럽의 다른 자동차 메이커와 합병 또는 제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공장 현대화와 새로운 모델 개발을 위해 2000년부터 2004년까지 3백10억달러(약 37조2천억원)를 투자할 것이라는 의욕적인 청사진도 발표했다.

폴크스바겐 공격에 앞장섰던 피셰츠리드는 이제 거꾸로 폴크스바겐의 재도약을 책임질 선봉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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