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손실 보상…수출 독점권 달라" 외국인 투자자들 '생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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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가 나면 전액 보상하라' '수출 독점권을 달라' . 외국인 투자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외국인 투자가들의 무리한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금융기관들의 경우 인수를 위한 자산.부채 실사를 끝내고 난 뒤 이런저런 이유로 협상을 중단하거나 본계약 체결을 미루는 사례도 있어 정보유출이 우려된다.

◇ 무리한 요구〓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전력산업 민영화의 첫 단계로 추진돼온 안양.부천 열병합발전소 최종 입찰이 외국업체들의 무리한 요구조건 때문에 유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자부 관계자는 "SK.엔론(미국), 극동도시가스.달키아(프랑스), AES(미국) 등 3개 업체가 참가한 이번 입찰에서 이들 모두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해 유찰됐다" 고 밝혔다.

이들은 입찰 제안서에서 ▶파업 등 노조쟁의로 영업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전액 한전이 보상할 것▶투자보수율(마진율)이 낮아져 사업을 철수하게될 경우 한전측이 투자액 전액을 돌려줄 것▶전력판매와 관련한 마찰이 발생할 경우 한국이 아닌 제3국에서 분쟁을 조정할 것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 빅딜 통합법인에 투자를 모색하고 있는 미쓰이 등 일본 투자컨소시엄도 수출 독점권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일본측은 투자지분만큼의 수출권 보장을 주장하는 통합법인측에 대해 "모든 제품의 한국 이외 지역 판매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가져야 한다" 는 내용의 제안서를 제출해 마찰을 빚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공기업 민영화와 빅딜이 추진되면서 후진국에서나 할 수 있는 요구를 외국 투자가들이 내거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고 전했다.

◇ 정보 유출도 문제〓금융계에 따르면 올들어 한일투신운용.대한투자신탁.서울은행.금호생명 등의 해외매각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결국 이들은 외자유치에 실패하고 정보만 외국사에 다 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협상과정에서 인수대상 회사의 인사정보와 경영전략 등 핵심 자료뿐 아니라 한국 기업의 전반적인 성장전략까지 넘어가 정보 유출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최근 외자유치 협상이 결렬된 국민창투의 김창권 사장은 "창투사의 투자내역은 생명과도 같은 것인데 이를 모두 검토한 외국사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협상을 결렬시킨 것은 심각한 일" 이라고 말했다.

양해각서(MOU)체결 이후 2년 가까이 협상을 벌이고 있는 국민생명의 한 관계자는 "본 계약 체결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수사의 공인회계사와 법률전문가에게 넘겨준 경영정보가 국내외 경쟁사에 흘러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불안하다" 고 말했다.

현재 매각조건의 변경협의를 계속 중인 해동화재측도 "실사기간이 길어지면서 인수사의 자료제출 요청은 더 까다로워지고 있지만 본계약 체결만 기다릴 뿐 달리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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