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스마트폰 네탓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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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80만~90만원대인 스마트폰 가격이 60만~70만원대로 낮아질 수 있을까.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 출고가 인하를 둘러싸고 삼성전자와 이동통신업체들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27일 “기존 출시 제품의 출고가를 내리는 방안을 이동통신 3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통사가 단말기를 파는 유통구조상 가격 인하를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이통사들은 “단말기 가격이 싸지면 가입자 유치에 유리하기 때문에 이전부터 제조사에 출고가 인하를 요구해 왔다. 결정은 제조사 몫”이라는 입장이다. 양측 모두 단말기값 인하의 키를 상대편이 쥐고 있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국내 휴대전화 가격에 거품이 많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때마다 이통사와 제조사는 서로에게 책임을 미뤄 왔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이통사가 ‘비싼 단말기를 싸게 제공한다’는 말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단말기 할인을 미끼로 비싼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높은 출고가를 조장해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동일 제품의 국내 출고가가 외국에 비해 높은 점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외국 소비자는 직접 단말기를 구입한 뒤 원하는 이통사를 선택할 수 있지만 국내는 이통사가 단말기 유통을 장악한 상태”라며 “이통사 보조금을 감안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단말기 가격을 올리거나 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통사 주장은 정반대다. SK텔레콤의 한 임원은 “제조사가 향후 재고를 쉽게 털어버리기 위해 일단 높은 가격을 붙이고 보는 것”이라고 맞섰다. 예를 들어 60만원이 적정 가격인 스마트폰 출고가를 80만원으로 책정하면, 출시 초기 찾는 이가 많을 땐 80만원을 다 받고 인기가 시들해진 뒤엔 큰 폭의 할인 혜택을 줘 보다 손쉽게 재고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 출시 초기 거둔 ‘초기 이익’으로 재고 처리로 인한 손해를 보전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제조사와 이통사 중 어느 쪽에 더 큰 책임이 있는지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조만간 양측에 대한 단말기 가격 불공정 행위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더 중요한 건 이를 통해 단말기 가격과 이동통신료가 낮아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현재 소비자들은 제조사와 이통사가 각각 판매장려금과 보조금이라는 이름으로 제공하는 할인혜택에 따라 출고가보다 평균 20% 이상 낮은 값에 단말기를 사왔다. 양측이 출고가를 현실화한다는 명목으로 장려금과 보조금을 깎을 경우 소비자가 실제 지출하는 돈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나리·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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