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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계정 1000만 시대,권력 좌우할 ‘대선 블루오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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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시대다. SNS가 정권을 만들고 또 정권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Twitter)는 2008년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일등공신이었다. 조직과 자금이 열세였던 비주류 정치인 오바마가 유권자와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나설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됐다. 반면 중동에서 SNS는 혁명의 무기가 됐다. SNS의 위력은 우리 정치권에도 밀려오고 있다. SNS 1000만 계정 시대를 맞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지지자를 확대하려는 정치인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돈과 조직 없이 굴러가는 트위터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을 꿈꾸는 여야 정치인 12명의 트위터 활용을 들여다 봤다.

# 이재오 특임장관(2월 25일)
“아들 오늘 금요일 옆길로 새지 말고 바로 오너라. 드라마 싸인 재미 있는데 여검사가 카리스마가 좀 부족한 것 같지---네 생각은 어떠냐--”
(답글) “재오 아재..이런 건 전화로 하세요”
(아들 아닌 다른 팔로어가 올린 글)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2월 6일)
“행동을 바꾸려면 습관을 바꿔야 하고 습관이 바뀌려면 뇌를 바꿔야 하는데 단백질 합성과 구축에 필요한 시간이 30일이라고 하네요. 작심삼일을 열번에 거쳐 꾸준히 하면 결심이 이뤄질 것 같습니다^^”
(답글) “무엇을 하든 성실함이 중요하다는 의미”
# 손학규 민주당 대표(지난해 12월16일)
“여기는 부산역. 새벽 1시까지 열차에서 내리는 분들께 전단 돌리고, 서명 받고... 바닷바람에 펄럭이는 텐트에서 오늘도 전기 나간 전기장판 깔고 잠깐 눈 붙였습니다”
(답글) “텐트에서 고생 많습니다”

대선 예비주자들이 트위터를 통해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이슈는 이렇게 다양하다. 구제역·무상복지 등 사회 현안, 개헌과 같은 정치 쟁점, 지역과 국제 이슈가 온라인을 달군다.본지는 대구가톨릭대학 장우영 교수팀과 대선 예비주자 12명의 트위터 내용을 분석했다. 지난해 9월부터 3월 초까지 6개월 남짓의 기간을 잡아서다. 여권에선 김문수·박근혜·오세훈·이재오·정몽준·홍준표, 야권에선 김두관·손학규·유시민·정동영·정세균·한명숙 등을 대상으로 했다(가나다순). 정운찬 전 총리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트위터 계정을 개설하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팔로어(뒤따르는 사람: 다른 사람의 트위터를 다른 누군가가 구독하는 것)가 등장하지만 받아들이는 것 외의 활동이 없었다.

트위터 계정 개설 날짜와 활용도를 보면 야당 정치인이 트위터를 선점한 것 같지는 않다. 손학규 대표를 제외한 11명의 정치인들이 지난해 6·2 지방선거 전에 트위터를 시작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 등 유명인을 중심으로 트위터 열풍이 일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중반. 그로부터 1년 만에 차기를 노리는 잠룡들이 트위터 계정 개설을 마쳤다. 뉴미디어에 수동적이었던 정치인들이 트위터의 잠재력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대선 주자 간 맞팔, 여당 없고 야당 활발
그렇다면 전체 팔로어 수가 가장 많은 정치인은 누구일까.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압도적인 1위다. 18만 명을 넘었다. 지난해 9월부터 그의 팔로어는 매월 최소 6500명, 최대 18400명이나 늘어났다. 박근혜 전 대표(8만 명)와 한명숙 전 총리(5만 명), 정동영 의원(3만 명)이 뒤를 이었다. 박 전 대표의 증가 속도는 월 3400명에서 12500명.다른 사람이 내 트위터를 들여다 보는 게 팔로어라면 내가 누군가의 트위터를 보는 것은 팔로잉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서 팔로어가 되는 것이다. 팔로어 분야에선 정동영 의원이 가장 많았다. 조사 대상 12명의 팔로잉 수(9만7000명) 중 36.3%를 정 의원이 차지했다. 김문수 경기도 지사, 이재오 장관, 김두관 경남지사가 뒤를 이었다. 그중엔 팔로잉·팔로어를 관리해주는 인력을 배치한 정치인도 있다. 반면 팔로어가 많은 유시민 대표와 박 전 대표의 팔로잉은 미미했다.

대선 예비주자와 의원들 간의 맞팔(트위터 사용자가 서로 팔로하는 것: co-following)은 야권 주자들이 개방적인 데 비해 여권 주자들은 폐쇄적이었다.무소속인 김두관 지사는 국회의원 13명과 맞팔을 하고, 정동영 의원은 7명이었다. 이어 손학규 대표(4명)·정세균 의원(3명)도 다른 당 의원들과의 맞팔률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주자들은 타당 의원들과의 맞팔률이 거의 없는 대신 자당 의원들과의 맞팔이 활발했다. 예컨대 박근혜 전 대표는 민주당 박은수 의원을 빼면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들과 맞팔을 맺고 있다. 자당 의원들과의 맞팔은 이재오 장관, 정몽준 의원이 각각 11명이었고, 김문수 지사(10명)가 뒤를 이었다.

대선 예비주자들 간의 맞팔을 살펴보면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한나라당 주자들은 상호 간의 맞팔이 없었다. 온라인상에서 그들은 경쟁자들과 단절한 채 자신의 지지그룹을 중심으로 폐쇄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그러나 야당 주자들은 서로 간에 팔로잉이 활발했다. 김두관 지사는 유시민 대표, 유 대표는 김두관 지사·한명숙 전 총리와 맞팔이 이뤄지는 식이다. 또 당 대표를 지낸 정동영·정세균 의원은 손학규 대표, 한명숙 전 총리는 정동영·정세균 의원과 팔로잉을 하고 있다.
의원들을 중심으로 보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재오 장관, 정몽준 의원, 김문수 지사 순으로 맞팔을 많이 맺었다.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 김두관 지사, 정동영 의원 순이었다. 한나라당 차기 대선 후보 중에서 여론조사 지지율이 가장 높은 박 전 대표는 의원들과의 맞팔률이 높지 않았다.
여당은 신변 한담, 야당은 의견 개진 많아

대선 예비주자들은 트위터에서 무슨 얘기를 할까. 이들이 올 들어 1월부터 두 달간 트위터에 올린 메시지(트윗) 1078건을 의견 개진, 정보 전달, 홍보, 신변 한담, 단순 응답 등 다섯 가지로 분류해 분석했다. 12명의 예비주자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은 자신의 정치활동 일정을 알리는 홍보가 많다는 점이다. 총 트윗 건수의 26.9%나 됐다. 또 신변 한담이 많고 정보 전달은 적었다. 트위터를 유권자와의 소통 수단으로 활용하는 예비주자가 없다는 뜻이다.
대체로 여권 예비주자들은 개인적 일상사나 지역구 일정을 실시간 중계하는 내용이 많았다. 야당 예비주자들에게선 정치적 성명이나 정부를 공격하는 발언, 정치인에 대한 발언 비중이 높았다. 야당이 정치적인 이슈를 제기한다면 여당 쪽은 일상적인 메시지로 현안을 비켜가는 양상이다.

개인적 일상에 관한 얘기가 특히 많은 이재오 장관은 “아들아…저녁에 꽁치 통조림 찌개나 해먹자. 일찍 들어오너라” “도대체 네 몸무게가 얼마나 되느냐. 한 달 안으로 10㎏는 줄여라”는 등의 메시지가 많았다. 그래서 어느 팔로어는 “왜 이 분은 자꾸 아들에게 전달사항을 트윗에다가…”(지난달 25일)란 리플을 달았다.

정치·사회 이슈에 대한 의견 개진이 가장 많은 사람은 정동영 의원이었다. 36.9%였다. 김문수 지사는 두 달간 가장 많은 트윗 수를 기록했지만 의견 개진은 23%였다. 도정을 책임진 김문수 지사는 이 기간 중 구제역과 관련한 트윗이 36.7%를 차지했다. 정동영 의원은 무상복지와 보편적 복지, 정세균 의원은 4·27 재·보선이 많았다. 친이계 핵심인 이재오 장관은 개헌 논의에 대한 의견이 가장 많았다. 개헌 단상만 46개에 달했다.

다른 예비주자들의 트윗 내용에도 각자의 특색이 발견된다. 유시민 대표는 팔로어들의 의견을 묻는 메시지가 많았다. 지난달 28일 “여러분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 가운데 제일 잘못된 것, 반드시 고쳐야 할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라고 물었다. “부자감세”란 리플이 달렸다. 정동영 의원은 무상급식·무상교육 등 무상복지 이슈가 많았다. 그는 1월 10일 “홍익대 청소경비 노조 어머님, 아버님들을 만나 뵈러 갑니다. 슬픔과 분노를 함께 하겠습니다”란 글을 올렸다.
김문수 지사는 지난 9일 도정을 생중계했다. “경기도 의회 답변을 오전, 오후에 걸쳐 했습니다. 현장에 밝은 질의가 내 정신을 번쩍 차리게 만들지요. 집행부=앞바퀴/의회=뒷바퀴, 우리는 두 바퀴”라고 트윗에 올렸다. 그러자 “(지사님의) 역사의식에 대해 트위터 친구들이 반신반의를 하십니다. 시간 내서 오픈 토론을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란 리플이 달렸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달 23일 “국정원이 내 트위터도 관리하나. 그럴 시간 있으면 본연의 임무나 충실하지. 쯔쯔. 내 다 안데이. 천안함 폭침, 리비아 사건, 연평도 피격, 인니 특사단 사건. 국정원장은 이제 좀 물러났으면 하네요”라고 적었다. 이 글에 “흥신소에서 별 걸 다 하는군요”란 리플이 다음 날 붙었다.

정세균 의원은 지난달 7일 “4·27 재·보선…단일화 논의가 빨리 시작돼야 할 텐데요. 단일화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의입니다”라고 적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지난달 18일 “죽어가면서까지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어미소의 눈물과 자식 같은 소에게 마지막 여물을 주는 농민의 눈물을 보면서 동물들의 감성도 우리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어요”란 글을 올렸다.

의견 교류보다 관계 구축 치우쳐
트윗 성향은 크게 트윗(tweeet)과 리플(reply)로 나눌 수 있다. 대선 예비주자들을 중심으로 보면 트윗은 예비주자들이 게시판에 직접 메시지를 올리는 것, 리플은 팔로어가 의견이나 질문에 답글을 남기는 것이다.트윗 기능을 가장 많이 활용한 사람은 정동영 의원이었다. 트윗이 8000개에 달해 2위인 2200개의 김문수 지사를 압도했다. 나머지 조사 대상자들은 1000개 미만이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트윗 수는 100개도 되지 않았다. 그것도 찬반 논란을 일으킬 트윗 메시지는 전혀 없었다. 정치 현안에 말을 아끼는 ‘침묵의 정치’가 트위터 공간에서도 그대로 투영됐다.
민주당 정동영·정세균 의원에겐 리플 성향도 강했다. 정동영 의원의 메시지 가운데 50.7%, 정세균 의원은 54.8%가 팔로어들의 의견이나 질문에 반응하는 리플이었다.

이번 조사연구의 공동책임자인 민희(경희대 박사과정)씨는 “조사 대상자들이 메시지·의견 교류보다 관계 구축에 노력하는 바람에 정치적인 소셜 네트워킹이 편향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상연 기자 chois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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