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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독립, 검·경 밥그릇 싸움 돼선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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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원중
청주대 법대 교수

최근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사법제도개혁안’을 발표했다. 개혁안에는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고, 검사의 수사 지휘와 관련된 경찰의 복종의무를 삭제함으로써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사실상 인정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검찰의 수사권 독점과 경찰의 수사보조기관이라는 고정 관념의 틀에 익숙해왔다.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판사나 검사로 임용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도 가지고 있다. 판·검사의 권위의식도 여기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권위의식은 국가기관 간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한쪽이 다른 쪽을 지배해야 한다는 우월의식은 한 기관만이 수사를 통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온 것 같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95조에는 검사를 수사 주체로 하고, 제196조에는 검사가 경무관 이하 등에 대해 수사상 지휘를 하도록 했다. 이런 검찰의 수사권 독점주의는 수사에 대한 전문성과 공정성을 일부 실현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반면 무리한 수사 지휘 때문에 수사가 지연되고 현실을 무시한 수사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국회의 사법개혁안은 수사 주체를 검·경 두 기관에 부여해 상호 업무 협조와 경쟁체제를 도입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사권 독립이 누구를 위해 필요한지 검·경은 자성하면서 반문해야 한다. 검·경의 이기주의, 즉 자기 밥그릇 싸움으로 접근해선 곤란하다. 현대 입헌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치주의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가 목적이다. 그럼에도 법률에 의해 일부 기관이 모든 권한을 가지도록 하는 것은 수사의 편협성과 조직의 보수화를 가져온다. 그 피해가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공자(孔子)의 제자 안회(顔回)가 스승에게 “인(仁)이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공자는 “사사로운 욕심을 버리고 예의에 따르는 것이다”라고 했다. 개인이나 기관의 이기주의를 떠나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의 자세를 다시 한번 가다듬어야 한다.

 법은 효율성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정부기관의 권한도 효율성에 맞게 행사돼야 한다. 수사권도 예외일 수 없다. 효율성 차원에서 경찰에 1차적인 수사 권한을 주고, 검찰은 경찰 수사에 대한 불합리한 점을 감독하는 지위를 갖고 경찰이 감당할 수 없는 중대 사안에 대해 수사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검·경은 상호간 수사에 대해 협의하고 보완할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김원중 청주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