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대문은 잠궜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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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외출 시 건망증 때문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현관문을 제대로 잠궜는지 항상 불안해요” “가스를 안 잠궈 놓고 나온 것 같아 다시 되돌아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에요” “수도꼭지는 잘 잠궜는지 모르겠네요” 등등.

 ‘여닫는 물건을 열지 못하도록 자물쇠를 채우거나 빗장을 걸다’ ‘물·가스 등이 흘러나오지 않게 차단하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잠궈’ ‘잠궜다’ 등의 표현이 자주 쓰인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으로 ‘잠가’ ‘잠갔다’가 바른 표현이다.

 ‘잠궈’와 ‘잠궜다’를 분석해 보면 ‘잠궈’는 ‘잠구(다)+어’, ‘잠궜다’는 ‘잠구(다)+었/았+다’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 ‘잠구다’가 기본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잠구다’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잠그다’가 바른 표현이므로 ‘잠그(다)+아’, ‘잠그(다)+었/았+다’의 형태를 이루어야 하는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잠그다’가 ‘으’불규칙 용언이라는 사실이다.

 ‘으’불규칙 용언은 용언의 어간 ‘으’가 ‘아, 어’ 앞에서 탈락해 활용하는 용언을 가리킨다. ‘잠그다’의 경우 어간인 ‘잠그-’의 ‘으’가 ‘아, 어’ 앞에서 탈락해 ‘잠가’ ‘잠갔다’가 된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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