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 체조선수 상란 '눈물의 재활훈련'

중앙일보

입력

“꼭 걷고 말겠어요.” 비운의 체조스타 상란(18·중국)에게는 눈물겹도록 간절한 소망이다.

97년 뜀틀 세계챔피언이었던 상란은 지난해 7월 미국 뉴욕에서 열렸던 굿윌게임에 참가했다가 뜀틀연습도중 머리가 먼저 바닥에 떨어져 목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다.

이후 세계에서 가장 날렵하던 요정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전신마비 환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상란은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사실보다 5살때부터 한 순간도 잊지 않았던 체조와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더 괴로웠다.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하루하루 일과표를 짜 재활훈련에 열중했다.

훈련 중간중간 자신의 몸이 남의 것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어 죽고싶기도 했지만 모든 것을 견뎌냈다.마침내 혼자서 휠체어를 타고,옷을 입을 수 있게 됐다.

체조가 가르쳐 준 불굴의 정신이 다시 그를 깨워 일으킨 것이다.

지난 86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2단평행봉 연습중 사고로 전신마비가 됐던 한국의 김소영(30)의 재기가 한국인들을 울렸던 것처럼 상란의 눈물겨운 투병은 중국인들을 감동시켰다.세계각지에서 격려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그녀는 이제 컴퓨터도 사용한다.젓가락같은 도구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키보드를 눌러가며 일기도 쓰고,친구들에게 E-메일도 보낸다.그가 가장 좋아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사이트를 방문하기도 한다.

“대학에 진학한 뒤 새 일을 찾아 볼래요.” 요즘도 일과표대로 재활훈련에 여념이 없는 그녀의 새천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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