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부실에 100대 건설사 중 27곳 사경 헤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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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LIG그룹 계열사인 LIG건설이 21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건설업계가 크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LIG건설은 그룹의 든든한 자금줄을 바탕으로 최근 2~3년간 공격적인 영업을 해왔기 때문에 이 회사의 갑작스러운 기업회생절차 신청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그룹도 손쓸 수 없는 PF부실=LIG그룹이 2006년 건영을 인수해 재탄생시킨 게 LIG건설이다. 2007년 98위(시공능력평가액 기준)였던 업계 순위가 지난해 47위에 오를 정도로 성장이 빨랐다. 주택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려 지난해에는 SC한보건설을 인수해 토목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해외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안정적이고 모범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인수 초기 공격적으로 덤볐던 주택사업이 경기 침체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경남 사천 아파트 건립사업의 경우 준공 1년이 넘었지만 전체의 50%가량이 미분양으로 남아 있고, 충남 당진 주택사업은 입주율이 절반을 밑돈다.

또 남양주 평내 주택사업 프로젝트는 인허가 문제 등으로 부지 매입 4년이 지나도록 모델하우스 문도 열지 못했다. 아파트를 다 지은 곳에서는 미분양·미입주로 잔금이 회수되지 않고, 사놓은 땅은 분양을 못해 이자 부담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자금 스케줄이 꼬이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IG건설의 PF 대출잔액은 지난해 11월 15일 현재 9778억원이다. 특히 올 들어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부실 문제가 터지자 LIG건설의 자금난은 더 심해졌다. 저축은행 PF 여신한도 조정 등 정부의 규제로 저축은행들이 PF 만기 연장에 난색을 표한 것이다.

 만기가 돌아오는 PF 때문에 LIG건설 경영진은 그룹에 수차례 자금지원을 요청했고 그룹도 여러 번 이에 응했다. 그러나 LIG건설의 요구가 이어지자 그룹은 올 초 실사단을 보내 경영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도록 했다.

익명을 요구한 LIG그룹 임원은 “실사 결과 건설에 대한 추가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룹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한두 번 지원으로 풀릴 문제가 아니라며 일단 손을 뗐다는 설명이다. 건설회사를 계열로 둔 효성그룹·한일시멘트그룹·한솔그룹도 같은 상황이다. 이들 그룹의 건설 계열사는 현재 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거나 진행할 예정이다.

◆DTI 규제 강화로 줄도산 우려=잘나가던 건설사가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9년 1월 시작된 건설업 구조조정 작업 이후 22일 현재 건설업계 상위 100위 건설사 중 27개사가 중환자실(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 등)에 누워 있다. 공통점이라면 주택사업에 치중하다 주택경기 침체로 치명타를 입은 회사들이라는 것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실장은 “아직도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는 건설회사가 적지 않다”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다시 강화돼 주택건설업계 줄도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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