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개그가 영상을 만났더니...

중앙일보

입력

이젠 '스크린개그'시대!?

요즘 한창 뜨고 있는 KBS '개그콘서트'가 태어났던 대학로에서 '스크린개그'라는 새로운 형식의 공연이 곧 탄생한다. 내년 1월7일부터 3월5일가지 대학로 인켈아트홀에서 젊은 개그맨들이 '스크린개그 잼(JAM)콘서트'란 낯선 공연으로 개그콘서트에 도전장을 내민다.

출연진은 대학로 개그콘서트에 출연한 KBS10기 개그맨 이태식과 롯데월드 MC 안성호, '아담패밀리'의 멤버 이병진.김성규.황승환, SBS4기 개그맨 문지연 등이며, 총연출은 전유성씨가 맡았다.

수십 초간의 짤막한 개그가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옴니버스식 공연은 먼저 태어난 개그콘서트와 별 다른게 없지만 2막에서 선보이는 스크린개그는 아직 국내 개그계에서 시도된 적이 없다. '스크린개르'란, 말 그대로 스크린(영상)과 개그의 합성어.

배우가 무대 위에서 물 속으로 뛰어드는 시늉을 하면 곧 이어 스크린 상에는 그가 헤엄치는 실제 장면이 나타나고 그 인물이 스크린 끝으로 이동하면 어느 새 무대 위에는 물에 흠뻑 젖은 사람이 다시 등장하는 식이다. 또 스크린을 사이에 두고 투수와 포수가 공을 주고받는 코미디에서는 날아가는 공이 스크린에 나타나게 된다.

이번 공연에는 사회고발성 개그도 준비돼 있다. 쓰레기 재활용을 강조하기 위해 난지도같은 쓰레기장을 실제 촬영해 관객들에게 보여준 다음 헌 냉장고, 식기 등으로 '난타'식 퍼포먼스를 한다. 성수대교 붕괴와 영화 '스피드'의 화면을 이용한 개그도 있다.

연출자 전씨는 "얼마 전 프랑스에서 영화와 연극을 접목한 소위 영극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며 "이번 공연이 개그계에 또 하나의 돌풍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실 스크린과 연극의 만남은 오래된 일이다. 국내 영화 도입 초창기인 1910년대는 10분 내외의 활동사진을 틀면서 연극의 요소를 적절히 가미하던 시절이었다. 변사가 무성영화의 한 장면을 다양한 몸짓으로 장황하게 설명한 것이 영극의 시초가 될 만하다.

반대로 연극의 부족한 표현영역을 영화로 부연 설명하는 방업도 있었다. 이를 테면 연극에서 기차가 떠나가ㅡㄴㄴ 장면을 영화 화면으로 대신하는 경우다.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히로시마 원폭 장면을 영상으로 처리하면서 과거로 회귀한 경우는 최근의 예라 할 수 있다.

영극을 기발한 새 장르의 예술로 승화시킨 사람은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연출가이자 무대미술가인 요셉 스보보다다. 스보보다의 작업은 '라테르나 마기타', 영어식으로는 '매직 랜턴'(마법의 전등)으로 불린다.

검은색 배경막이 있고, 이 앞에서 배우가 연기를 하다 배경막에 영사되는 영상을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무대의 연기가 영상속에서 자연스럽게 연이어 연기되는 식으로 극이 진행된다. 세칭 '블랙시어터'라 불리는 이 방식은 영상이 연극의 보조 수단으로 활둉되는 경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