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자본이 돌아온다…벤처등 대한투자 건수 작년의 2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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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투자전문은행인 중화개발은행(CDIB)은 올해 한국 벤처기업에 모두 7천만달러를 투자했다. 지난달 말 박막액정표시장치(LCD)의 검사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인 평창하이테크에 4백만달러를, 9월에는 통신장비 생산업체인 한아시스템에 3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1년간 10개의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했던 CDIB는 연말까지 2개의 벤처기업에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세계 2위의 반도체 조립.검사업체인 대만 ASE그룹도 지난 7월 경기도 파주의 모토로라 코리아 공장을 인수했다. 92년 국교단절 후 얼어붙었던 대만 기업들의 한국투자가 최근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16건에 그쳤던 대만의 한국 투자는 올 1~11월에만 33건으로 늘어났다.

오는 22일에는 서울에서 대만 기업의 투자세미나도 열린다.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의 역외펀드를 통해 들어오는 대만계 화교자본까지 감안하면 실제 대만 기업들의 대한(對韓)투자는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CDIB의 하워드 김 이사는 "한국 벤처기업은 투자가치가 높다" 며 "내년 대만의 투자는 올해보다 더 늘어날 것" 이라고 말했다.

주한 대만기업협회의 아더 우 회장도 "현재 한국에 진출해 있는 만해항운과 리치우드 인터내셔널 등 무역.전자.항공 분야의 30개 회사 외에도 상당수 기업들이 한국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고 말했다.

대만의 한국투자는 특히 현지 정치권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국교 정상화에 앞서 경제교류를 활성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3월 총통 선거를 앞둔 유력 후보들도 한국과의 관계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대만의 집권 국민당 후보 롄잔(連戰)부총통은 "당선이 되면 서울~타이베이(臺北)간 항공 운항을 재개하겠다" 고 밝힌 바 있다.

후보 인기도 조사에서 선두를 지켜 온 대만성장(省長)출신의 쑹추위(宋楚瑜)후보도 같은 공약을 내걸었었다.

대만 정부는 97년 이후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총 수입쿼터량을 매년 10%씩 늘려온데 이어(99년 현재 연간 9천3백17대) 앞으로는 총 쿼터만 남기고 메이커별 쿼터는 없애기로 해 내년 이후 대만으로의 자동차 수출도 훨씬 수월해질 전망이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의 타이베이 무역관은 "지진 피해 때 많은 한국 기업.국민이 성금을 내고 인명 구호 작업을 지원한 것을 계기로 대만 언론과 행정원 공무원들 사이에 한국에 대한 감정이 우호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고 말했다.

현대건설.한국중공업 등 국내 기업들도 지진피해 복구 사업 등을 통한 현지 건설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대만과는 지난 92년 8월 국교가 단절됐으나 93년 7월 타이베이와 서울에 각각 비자발급 업무 등을 하는 대표부가 설치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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