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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방사능 오염식품에 대한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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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일본 후쿠시마현 원자력발전소에서 배출된 세슘(Cs)·스트론튬(Sr)·요오드(I) 등 각종 방사성 물질은 주변의 모든 생물에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사람이 과량 피폭되면 유전자 이상·암 등 심각한 질병에 걸린다. 땅에 떨어진 방사성 물질이 비 등과 함께 논·밭으로 흘러들어가면 식물의 뿌리를 통해 흡수돼 농·임산물에 잔류한다. 또 오염된 풀이나 사료를 가축이 먹으면 고기·우유·알 등에도 방사능 물질이 남는다. 바다에 가라앉으면 어패류 등 해산물에서도 검출될 수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1200㎞ 이상 떨어진 거리, 바람의 방향 등을 고려해 볼 때 국내 농·임산물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수입 통관 단계에서 잘 대비한다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일본산 농·수·축·임산물에 대한 방사성 물질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농림수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근 발표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방사성 물질이 일정 수준 이상 잔류한 식품을 흔히 ‘방사능 오염식품’이라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방사성 물질 오염식품’이라 해야 맞다. 방사능(radioactivity)은 오염의 실체가 아니라 ‘방사선(radiation)을 내는 현상 또는 능력’이기 때문이다(한국원자력연구원 이주운박사).

 식품의 방사성 물질 오염은 크게 두 경로를 통해 이뤄진다.

 하나는 원전 사고·지하 핵실험·핵잠수함의 실종 등으로 인해 ‘인공’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경우다. 1986년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최근 일본 대지진에 의한 원전 사고가 단적인 예다.

 다른 하나는 라돈·우라늄 등 ‘자연’ 방사성 물질에 식품이나 지하수 등이 오염되는 것이다(한국원자력연구원 최근식 원자력방호안전부장).

 식품이나 물에 자연 방사성 물질이 극소량 잔류하는 것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한 불가피하다. 건강에도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문제는 인공 방사성 물질이 식품에 오염되는 것이다.

 인공 방사성 물질 중 가장 우려되는 것은 세슘(Cs-137, Cs-134)과 스트론튬(Sr-90, Sr-89)이다. 이들은 반감기가 긴 것이 공통점이다. 양이 반으로 줄 때까지 Cs-137은 30년, Sr-90은 28.8년이 걸린다. 방사성 세슘은 위나 장의 건강을 위협하고 유전자(DNA)를 손상시켜 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칼슘과 비슷한 특성을 지닌 방사성 스트론튬은 칼슘처럼 뼈에 잘 달라붙는다. 골수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

 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유럽산 농작물에서 방사성 물질의 오염도가 높아지자 세계 각국은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식약청은 89년 방사성 세슘과 방사성 요오드(I-131)의 허용 기준을 설정하고 수입 검사 과정에서 이를 적용하고 있다. 2003년엔 러시아산 차가버섯에서 허용기준 이상이 검출돼 수입 부적합 판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엔 방사성 물질 오염 탓에 수입이 거부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식약청이 2009년에 214건, 2010년 180건에 대해 방사성 물질 잔류 검사를 실시했으나 불합격은 1건도 없었다.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방사성 물질 검사항목에 스트론튬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유엔 산하기관인 코덱스(Codes, 국제식품규격위원회)는 방사성 스트론튬에 대한 허용 기준을 설정해 놓았다. 반면 방사성 요오드의 허용기준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반감기가 8일에 그쳐 작물을 수확할 때쯤이면 거의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악당’인 방사능 오염식품을 식품의 살균ㆍ살충 등을 위한 방사선조사식품(방사선을 쬔 식품)과 혼동하지 않길 바란다. 방사능 오염식품엔 유해한 방사성 물질이 잔류하는데 반해 방사선조사식품의 경우 방사성 물질은 식품을 통과할 뿐 남지 않는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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