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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강연회 스타강사로 뜬 교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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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10시 안양시청 대강당. 입학사정관제 전문가인 서울 인창고 임병욱 교사의 강연회가 열린 이 곳엔 850여 명의 학부모가 참여했다. 이날 행사는 유료로 진행됐는데도 모든 방청권이 매진됐다. 최근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사교육전문가 일변도였던 입시관련 강연장이 변하고 있다. 공교육 교사들이 스타강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새에 관한 책 30권을 쓴 학생이 경희대 네오르네상스 전형에서 떨어졌어요. 새 박사라 불리던 학생이었는데 왜 떨어졌을까요? 해당 대학의 입학사정관제 전형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죠.”

 임 교사의 설명에 학부모들의 탄식이 흘러나온다. 지난해 대입 전형과 관련한 실제 학생 사례가 이어지자 내용을 받아 적느라 학부모들의 손이 바빠졌다. “모 대학 입학처장님을 만났는데 추천인이 정말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경력에서는 학교장상이 큰 도움이 됩니다. 교장선생님께 교내 경시대회, 토론대회 등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달라고 하세요.”

 사례를 중심으로 1시간 30분간 진행된 이날 강연에는 주로 고교생 학부모들이 참석했다.

 이보영(45·안양시 호계동)씨는 “학교 선생님의 생생한 현장 정보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고교에 입학한 아들을 위해 입학사정관제 정보를 얻으러 왔다는 권은아(47·안양시 평촌동)씨는 “사교육 전문가들은 학습법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 끝나지만 공교육 선생님들은 진로·진학지도 사례를 자세히 얘기해줘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전국학부모지원단 사무총장을 겸임하고 있는 임 교사는 지난 겨울방학에만 20여 차례의 강연을 진행했다. 학기가 시작된 요즘,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꽉 짜인 강연 일정으로 새로운 일정을 잡기가 빠듯할 정도다. 학부모 대상 강연뿐이 아니다. 서울시교육청 대학진학전문과정 직무연수에서 교사 대상 강연을 하고 EBS 입시 전문 패널로도 참여하고 있다.

 하나고 전경원 교수학습실장도 요즘 각종 강연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전 교사는 2009년 부터 공식 강연회만 120여 회 진행했다. 강남구청 인터넷수능방송과 강서구청 IP TV 입학사정관제 전문가 특강에 참여하기도 했다. 청원여고 박문수 교사도 스타 교사로 꼽힌다. 박 교사는 지난해만 30여 회의 학부모 강연을 했다. 케이블 TV 입학사정관제 시리즈, 대학 공동연구 프로젝트, 대학별 입학사정관 직무연수 특강 등도 진행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사교육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던 대입 관련 학부모 강연회의 주인공이 최근 들어 이들과 같은 공교육 교사들로 바뀌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김영심 상담센터장은 “올해 대교협에서 3회에 걸쳐 계획하고 있는 대규모 학부모 설명회에도 70여명의 현직 고교 교사들이 강사로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 교사는 “2009년부터 실제 진학지도 과정에서 나오는 여러 사례를 통합해 학교 간 정보공유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정보의 정확성 때문에 고교 진학담당 교사들의 강연이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각종 정책 입안이나 수정과정에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신뢰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교과부에서 새로운 입시 제도를 만들거나 수정할 때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고교 진학지도 교사를 회의에 참여시키기 때문이다. 예정된 제도의 변화를 교사들이 강연 자료로 미리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박자 빠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박 교사는 “공교육기관 중심의 설명회가 횟수나 수준에 있어 지난해 대비 증가 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대교협의 찾아가는 입시 설명회나 지역별 교사 연수 등이 특히 큰 호응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를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교사들이 열정을 가지고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대학 입시 정책이 조금만 바뀌면 쓸모없는 정보가 되기 일쑤라 시간낭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로·진학 전문교사가 따로 없이 교과목 담당 교사가 진학지도까지 맡고 있는 상황도 문제다. 무리한 강연 일정은 자칫 교과 지도의 소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임 교사는 “각 학교가 진학 담당스타교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학부모 대상 입학사정관제 강연을 진행 중인 임병욱 교사. 그는 각 학교별로 진로·진학 상담 전문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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