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백혈병 제외하곤 방사성 물질 영향 결론 못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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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호 14면

1986년 4월 26일 오전 1시23분(모스크바 기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성 물질이 대량 유출됐다. 이때 방출된 방사성 물질의 양은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약 400배에 달했다(국제원자력기구).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라고 불리고 있는 이유다. 이 때문에 그 당시 사람들이 어떤 질병을 앓았고 지금까지도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의 건강 영향 평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체르노빌 사고로 밝혀진 피폭과 건강

2003년까지는 방사성 물질에 의한 피해 분석 내용이 제각각이었다.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주축이 돼 세계보건기구·유엔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 등 기관이 참여하고 벨라루스·우크라이나·러시아 정부가 협조하는 ‘체르노빌 포럼’이 만들어졌다. 체르노빌 포럼은 2005년 첫 보고서를 만들고 지금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최근 만들어진 보고서는 2011년 바로 올해 발표됐다.

사고 이후 지금까지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갑상선 질환이다. 체르노빌 사고로 유출된 방사성 핵종 중 주요 구성 성분이 요오드-131이었기 때문이다. 요오드는 우리 몸에서 신진대사 과정의 일부로 사용되며 갑상선에 주로 분포한다. 그런데 방사성 요오드가 갑상선 세포를 파괴했던 것. 특히 어린이들의 갑상선암 발생률은 대폭 증가했다. 86년 벨라루스에 살았던 14세 이하 어린이 5127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사고가 난 지 10년까지 갑상선암 발병률이 예전에 비해 6배 정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오염된 지역에서 생산된 우유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현상은 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 생존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방사선 노출 당시 나이가 어릴수록 갑상선암에 더 취약했다. 단, 체르노빌 원전 근처 도시인 프리피아트 주민들은 사고 후 30시간 안에 요오드 섭취 처방을 받은 결과 방사선 피폭을 줄일 수 있었다.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면 백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일본 원폭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미 많이 밝혀진 내용이다. 체르노빌에서도 사고가 났을 때 응급복구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백혈병 발병률이 만성림프구성 백혈병을 제외하면 두 배나 높았다. 이들의 피폭량은 150mSv다. 이는 현재 방사선 관련 종사자들의 연간 허용선량에 비해 세 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러나 사고현장으로부터 30㎞ 이상 떨어진 피해지역 주민들에게서 백혈병 발생률은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방사선 노출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오랜 기간 지냈을 때 백혈병에 걸릴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 논란 중이다.

갑상선암을 제외한 고형암(혈액암을 제외한, 덩어리로 이뤄진 모든 암)과 관련된 연구결과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하는 단계다. 일단 지금까지는 특별한 증가 양상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고형암의 잠복기는 보통 20년 전후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암 환자가 늘 수 있어 앞으로 추적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 외에도 방사선이 눈의 수정체를 혼탁하게 만든다든지, 심혈관계 질환과 관계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아직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수정체 혼탁 문제와 관련해선 연구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고, 심혈관계 질환은 2004년 나온 러시아 분석연구 외에는 질환 증가 보고가 없기 때문이다. 방사선에 의한 유전적 질병 유발과 같은 생식 영향은 2001년 유엔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에서 광범위한 검토를 통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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