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 낳은 한지붕 40인 가족

중앙일보

입력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주 미야기현 시라이시섬의 한 농가. 집 주인 사사키 마사유키(67)씨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연락이 끊긴 동생 하시모토 마사오(60) 때문이다. 동생은 후쿠시마(福島)현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살고 있었다. 다행히 대지진 발생 이틀 후 동생 가족이 형 집으로 왔다. 피난온 것이다. 동생은 이웃주민 30여 명도 함께 대리고 왔다. 임시대피소가 이재민들로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사사키씨는 심신이 지친 그들을 맞아들였다. 36년 된 목조 건물 1층이 임시대피소가 된 것이다. 2층 건물이지만 윗층은 여진 때문에 쓰지 않는다. 방은 3개 뿐이다. 그러나 사사키씨는 “모두 협력하면 이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끼를 해결하려면 밥을 세 번 지어야 한다. 갑자기 불어난 예기치 않은 식구 때문에 힘들 법도 한데 사사키의 아내 리쓰(64)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하기 때문에 많이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이곳으로 피난 온 유치원생 아마노 가호(5)는 소꿉장난을 하면서 말했다. “지진은 무섭지만 지금은 다 함께 놀 수 있어서 별로 안 무서워요.”

이들은 어느 새 가족이 됐다. 여진이 계속될 땐 서로를 격려하며 뜬 눈으로 밤을 보낸다. 그러면서 이들이 새삼 깨달은 것이 있다. 선인의 지혜다. 사사키씨의 집 화장실은 재래식이다. 물이 필요없다. 목욕물은 장작불로 데운다. 하시모토의 아내 노리코(59)씨는 “전기를 써야 하는 주택은 이번 사고로 정전이 됐지만 옛날 방식으로 지내는 이곳은 재난에 강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끝을 알 수 없는 피난 생활. “지금도 피난 주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재민을 가족처럼 받아들일 곳이 늘어나길 바랍니다.”사사키씨의 말이다. “천 년에 한 번 있는 재난이니까…괜찮습니다.” 옆에 있던 리쓰씨가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지은 기자, 교도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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