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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혁명 이끈 20세기 10대 용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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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초 만해도 냇가의 얼음을 깨고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빨래하던 아낙들이 세기말인 요즘 빨랫감은 전자동세탁기에 맡기고 따뜻한 거실에서 TV를 켜놓고 또 다른 세상을 즐기고 있다.

불과 1백년 사이에 달라진 우리들의 생활상이다.

본지는 녹색소비자연대.대한주부클럽연합회.서울YMCA.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쓰레기시민운동연합회, 전국주부교실중앙회, 소비자단체협의회, 한국소비자보호원, 한국소비자연맹, 한국부인회 등 소비자 관련기관.단체 10곳의 추천을 받아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 가정생활에 대변혁을 몰고온 10대 생활용품을 선정했다.

세탁기.컴퓨터.자동차.신용카드 등 4가지는 설문에 참여한 모든 기관들이 꼽은 20세기 대표상품. 다음으로 TV.전화기.볼펜.콘돔(피임약).생리대.양변기가 뽑혔다(다수득표).

대한주부클럽연합회 황명자(58)이사는 "주부들이 가사노동에서 가장 고통스러워 했던 것이 빨래였다" 며 "세탁기의 등장이야말로 20세기 최고의 혁명"이라고 말했다.

국산 세탁기의 첫 상품은 69년에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가 내놓은 'WP-181' 모델.

세탁조와 탈수조가 분리돼 있어 지금 시각에선 원시적인 빨래기계에 불과했지만 당시 부유층에서는 '아내 사랑의 심벌'로 꼽혔다.

최근엔 세탁에서 탈수는 물론 건조까지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끝나는 인공기능 세탁기까지 등장해 주부들의 '오른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몇 년 사이에 주판과 타자기가 자취를 감춰버렸어요. 대신 전자계산기 나 워드프로세서 같은 새로운 물건이 생겼지요."

한국소비자보호원 계성남(45)홍보실장의 말이다.

컴퓨터의 등장은 우리 생활에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왔다.

46년 인류 최초의 전자계산기 에니악(ENIAC)이 발명된 이래 반세기 만에 펜티엄시대까지 도달했다. 워낙 발전속도가 빨라 '자고 나면 구식'이란 말이 나돌 정도였다.

컴퓨터로 우리 생활은 세계를 동시간 대에 넘나드는 사이버 공간까지 확장됐다. 인터넷을 통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정보도 구하고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게 됐다.

사람의 발을 대신하는 자동차도 생활 변화의 첨병. 10월말 현재 우리 나라의 자동차 보급대수는 1천1백만대를 넘어서 가구당 거의 1대꼴이다.

자동차는 라이프 스타일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온 가족이 함께 하는 레저생활의 장을 연 것.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게 된 것이다.

씀씀이의 자유를 부여한 것은 '플라스틱 머니'로 불리는 신용카드. 일반인들의 핸드백과 지갑엔 두툼한 현금 대신 신용카드 몇 장이 자리잡게 됐다.

최근 정부 정책에 힘입어 신용카드 가맹업소가 대폭 늘어나 병원에서도 카드 결제가 가능할 정도다.

98년말 현재 우리 나라 성인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신용카드는 평균 2.7매다.

한편 TV의 등장은 가족생활을 바꾸어놓았다.

아이.어른 할 것 없이 시간만 나면 브라운관 앞으로 집합시켰다.

61년 KBS가 채널 9로 전국 방송망을 구축한 이래 현재 컬러방송에 이르기까지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각 가정의 여가를 보내는 벗으로 첫 손에 꼽힐 정도.

TV시청이 가족간의 대화를 단절시켰다느니, 노소가 함께 하는 자리를 제공했다느니 그 기능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견해가 맞서 있기는 하지만 가족 커뮤니케이션을 변화시킨 것만은 틀림없다.

먼 곳에 있는 상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전화도 금세기의 산물. 전화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40여년이 지난 지금은 휴대폰까지 등장해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어디서든 통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특히 휴대폰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관심이 많아 현재의 증가 추세라면 한 사람이 한대의 전화를 가지게 될 날도 멀지 않은 듯 하다.

YMCA시민중계실 서영경(36)팀장은 20세기 생활의 한 변화로 볼펜의 등장을 꼽았다.

"앞으로 컴퓨터에 밀려날지도 모르지만 종이와 함께 학문 발전을 주도해온 '최고의 문화 도구'"라는 게 그의 주장.

20세기는 인간의 성생활에도 자유를 가져다 주었다.

여성들에게는 임신 걱정, 남성들에게는 성병 부담을 덜어준 콘돔(피임약)은 세계 인구억제에도 큰 공헌을 했다.

요즘은 환경오염의 비난을 감수하고 있지만 생리대는 여성에게 활동의 자유를 가져다 준 생활용품. 매달 찾아오는 생리를 감출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됐다.

될 수 있으면 집과는 멀리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화장실을 안방까지 불러들인 양변기도 주거 공간을 크게 변화시킨 용품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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