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 돌려내" 119대원 귀국 호소글 잇따라

중앙일보

입력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지 못하면 당신들 용서하지 못할 겁니다."
"목숨 걸고 가셨지만 그 분들이 제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참담합니다."

최근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 동일본 지진 현장에 파견된 우리나라 119 구조대를 귀국시켜달라는 호소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방사능 누출 위험으로 영국과 프랑스 등 일부 국가들의 구조대 철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은 당분간 철수 계획 없이 구조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18일엔 구조대원 남편의 귀국을 절절하게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작성자는 "밤낮 가리지 않고 고생하는 119 구조대원들은 무슨 죄가 있어서 피폭위험성까지 감수해 가며 구조 작업을 해야 하는 겁니까?"라며 "바람 방향이 바뀌기만 해도 방사능 피폭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데 일터지고 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시려고 사지로 그들을 내몰고 지켜보기만 하는 겁니까?"라고 호소했다.

또 “건물도 아닌 텐트에서, 추운 기온에 폭설까지 내린 그곳에서 방사능 위험 부담과 언제 닥칠지 모르는 지진과 해일까지…. 내가 따뜻한 집안에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얼마나 마음 아프고 눈물이 나는지 그 심정을 겪어 보지 않으시니 알 리가 없다"며 "그들이 만약 일을 당하게 되면 남은 그들의 인생을 어떤 식으로 보상 하실 겁니까?"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 남편이 한국으로 무사귀환 하지 못하게 된다면 대한민국 119구조대원의 아내로서 절대 당신들과 당신들이 속한 기관을 용서치 않을 것"이라며 비장함까지 드러냈다.

일부 네티즌들도 119 구조대원의 신속한 귀국을 요청하는 글을 남기고 있다. 안경미씨는 "그들은 할 만큼 충분히 하셨습니다. 당장 귀국 조치 하세요", 유지은씨는 "다른 사람 다 빠진 곳에서 재해 복구한다니 미친 짓 아닙니까? 누구를 위한 정부이기에 자국민도 지키지 않는가", 유아영씨는 "안정화되고 다시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은 한시 바삐 귀국할 때"라고 썼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도 우리 119구조대 철수를 요구하는 서명 운동이 16일부터 벌어지고 있다. 서명 운동을 제안한 네티즌은 "우리 국민이 방사능 노출과 같은 심각한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며 "타국의 재해에 우리나라 소방관들이 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취지를 전했다. 18일 오후 현재 이 서명운동엔 5000여명의 네티즌이 동참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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