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입주 정부기관 사무실 확보전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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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경찰. 세관. 법무부. 국방부 등 정부 기관들이 2001년초 개항 예정인 인천신공항 여객터미널 안에 상주 사무실을 신청하면서 승객편의 시설의 두배 가까운 면적을 요구, 물의를 빚고 있다.

14일 건설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들 정부기관은 인천신공항 개항시 현재(김포공항)보다 근무 인원을 10% 정도 늘릴 계획인데도 사무실 면적은 여객터미널 전체 사용면적(11만평) 가운데 2만여평이나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면세점.식당 등 편의시설에 분양될 1만1천여평을 넘는 크기로 이들 기관의 요구대로 분양될 경우 승객들의 휴식 시설이 부족, 불편을 겪게 될 전망이다.
이들 기관이 현재 김포공항에 운영 중인 사무실 면적은 여객터미널 전체 6만1천평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공무원 1인당 기준면적(평균 2.1평)을 무시하고 무조건 늘리고 보자는 식으로 인천국제공항청사에 신청, 사무실 면적을 최고 5배 가량 넓게 요구했다.
건교부의 분양 기준안은 김포공항의 최고 1.5배 이내다.

더구나 무상으로 사용 중인 김포공항과 달리 인천신공항은 평당 연간 1백90만원의 임대료를 내야되는 데다 신청면적의 30% 이상이 기관장 사무실과 각 기관의 고위직이 사용할 의전실.VIP룸이어서 세금 낭비가 우려된다.

공항경찰대의 경우 인천신공항 경비를 외부 용역업체가 맡게 돼 인원이 2천여명에서 10분의 1로 줄지만 현재 사용 중인 7백51평보다 넓은 7백96평을 신청했다.

출입국을 담당하는 법무부는 인원이 15% 정도 늘지만 김포공항의 7백17평보다 5배나 큰 3천9백40평을 요구했다.
세관도 인원은 10% 증가하는 데 비해 기존 2천68평보다 3배나 큰 6천3백63평을 신청했다.

기무사도 1백43평의 50%나 많은 1백82평을, 국가정보원은 3백70평을 신청해 기존 2백71평보다 50% 이상 늘렸다.
검찰도 기존 37평에서 67평으로 2배나 신청했다.

특히 국방부는 기무사 이외에 정보사령부 몫으로 8평을 새로 요구, 공항이 정보기관의 각축장이라는 비난도 면치 못하게 됐다.

단지 서울지방항공청만 공무원 기준안에 맞춰 김포의 9백98평보다 준 7백42평을 신청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측은 "상주기관 요구대로 배정하면 승객 휴식공간이 없어질 정도라 당혹스럽다" 며 "최소 50% 이상 줄여야 하는데 '힘센' 기관들이 순순히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고 걱정했다.

특히 5조원의 빚을 진 공사측으로선 주 수입원이 임대료인데 상주기관의 임대료가 민간업체에 비해 25~30%밖에 안돼 이들이 넓은 면적을 차지하게 되면 재정을 악화시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우리나라처럼 16개나 되는 정부기관이 공항에 상주하는 곳은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며 "백년대계를 바라보며 세워진 신공항만큼은 승객과 항공사들이 주인이 돼야 한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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