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편지 친필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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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6일 “고 장자연(사진)씨가 직접 썼다는 주장이 나온 편지는 장씨가 쓴 것이 아니다”는 필적감정 결과를 발표했다. 6일 8시 뉴스를 통해 이 편지를 처음 보도한 SBS는 이날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받아들인다”며 "시청자와 장씨 유족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장씨가 직접 썼다고 하는 편지의 글씨는 경찰이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전모(31)씨에게서 압수한 문건에 나오는 붉은색 글씨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문건의 붉은색 글씨는 정자체고 경찰에서 받은 전씨의 글씨는 흘림체라 같은 사람이 썼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도 “두 문건엔 모두 반복적으로 맞춤법을 틀리게 쓴 부분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단정하지 않았지만 ‘장자연 편지’와 붉은색 글씨의 문건 모두 전씨가 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경찰은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장자연 편지’는 전씨가 2009년 장씨의 자살 이후 언론에 나온 내용에 따라 장씨의 필적을 흉내 내 편지를 쓴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전씨의 ‘자작극’이란 의미다. 경찰은 또 ▶전씨가 정신병 치료를 받았고 ▶장씨와 면회한 적이 없으며 ▶전씨의 글솜씨가 좋고 편지를 자주 썼다는 재소자들의 증언을 편지 위조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장씨의 성 접대 의혹과 관련한 재수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전씨가 편지를 위조한 것은 장씨가 자신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관계망상’에서 비롯됐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전씨에게서 압수한 물품 중에서 가상의 아내 ‘장한홍’ 명의로 쓴 편지가 있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경찰 관계자는 “전씨는 결혼한 적이 없는 만큼 장한홍도 망상에서 나온 가공 인물”이라고 말했다.

 전씨에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와 사자(死者)의 명예훼손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전씨의 정신병력 때문에 실제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

유길용·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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