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IST, 해외 석학 초빙 ‘파격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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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DGIST 뇌과학전공 가브리엘 로네트 교수와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토론하고 있다. DGIST는 대구 달성군 현풍면 상리에 자리잡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이달 2일 대학원을 개교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총장 신성철)이 해외 석학 2명을 초빙해 강의에 들어갔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가브리엘 로네트(56) 교수와 스위스 연방공대 브래들리 넬슨(51) 교수가 그들이다.

 로네트 교수는 세계 3대 뇌과학자인 솔로몬 스나이더 박사와 함께 1980년대 미국 대학에 처음으로 뇌과학을 독립된 학과로 개설한 주역이다. 그때까지 뇌과학은 미국에서도 생리학 등에서 다루어졌다. 뇌과학은 레이건 대통령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것이 밝혀진 이후 미국에서 국가적 관심사로 떠올랐다고 한다. 로네트 교수는 존스홉킨스대 뇌과학과에서 30여 년을 몸 담으며 이 분야 권위자가 됐다. 존스홉킨스 의대는 미국 의대 랭킹에서 하버드와 매년 1∼2위를 다투며 노벨상 수상자 32명을 배출했다.

 DGIST가 로네트 교수를 초빙한 방식은 파격에 가깝다.

 로네트 교수는 현재 미국과 한국 두 대학의 교수를 겸직하고 있다. DGIST에는 연간 최소 40일을 머무는 조건이다.

 DGIST는 로네트 교수에게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드는 뇌과학과의 커리큘럼은 물론 5∼10년 중장기 발전계획과 중견 교수 추천 등 사실상 전권을 위임했다. 로네트 교수는 뇌과학과 교수 3명을 추천했고 10년 안에 DGIST 뇌과학과를 존스홉킨스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9일 인터뷰에서 “존스홉킨스는 DGIST를 통해 한국과 동반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DGIST는 존스홉킨스와 화상강의 시스템도 구축했다. 로네트 교수가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은 화상강의로 토론이나 수업이 진행된다. 또 방학 때는 뇌과학과 학생들이 존스홉킨스로 갈 계획이다.

 스위스 연방공대에 소속된 로봇 권위자 넬슨 교수를 초빙한 방식도 비슷하다.

 DGIST 문제일(48) 교학처장은 “이같은 해외 석학 초빙은 교육부가 추진한 세계수준연구중심대학(WCU) 프로그램이 최소 3∼6개월 한국 체류를 의무화한 방식에 비해 유연하면서 강의의 영속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특정 대학 전체를 모델로 하기 보다 뇌과학·로봇 등 전공별로 벤치마킹 대학을 달리했다. 해외 석학 초빙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신입생 모집도 새로운 실험을 했다. 국내와 아시아를 넘었다. 미국 현지 설명회를 통해 미국으로 유학간 우수 한국 학생 6명을 역유입시켰다. 학비가 전액 면제되는 조건을 내세운 것이다. 선발은 영어 연구계획서를 받고 영어 면접을 통해 이루어졌다. 강의는 모두 영어로 시작됐다.

글=송의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존스홉킨스 학생과 교류 물꼬 트겠다”

가브리엘 로네트 교수

가브리엘 로네트 교수는 개강 이후 학생들과 함께 있고 싶어 학교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있다. 자녀 둘은 미국에 있다.

-DGIST에 참여한 동기는.

 “도전을 좋아한다. 또 존스홉킨스는 다른 나라와 협력이 주요 교육 목표다. 한국 대학과 융합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초빙에는 제자인 문제일 교학처장의 강력한 요청이 작용했다고 한다.

-어떤 협력이 가능한가.

 “학생 교류는 물론 DGIST는 존스홉킨스 이외 미국의 다른 기관과도 손 잡을 것이다. DGIST 연구원은 이미 존스홉킨스와 공동연구에 착수했다. 논문 등을 공동으로 작성할 것이다.”

-두 대학에서 동시에 일하면 어려움이 많을 텐데.

 “별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아이디어가 훨씬 많아진다. DGIST는 시작 단계라 계약에 없는 영문 번역 감수 등도 한다.”

-사실상 학과를 창설했다. 만족스러운 수준인가.

 “교수진·커리큘럼 등 만족한다. 어려운 게 있다면 내 생각이나 행동이 한국 문화에 맞는 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 학생들이 교수를 존중하기 보다 자주 찾고 질문해 주면 좋겠다. DGIST 뇌과학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만들고 싶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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