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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저장체 개발, 에너지화 길 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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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기준 교수(左), 문회리 교수(右)

석유나 석탄이 고갈돼도 에너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날마다 호흡하는 공기 등 지구에 지천으로 늘려있는 수소를 석유·석탄의 대체 에너지로 쓸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잡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誌는 16일 “수소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획기적 저장 기술이 개발됐다”며 ‘촉매 없이도 수소저장 능력이 월등하고 공기 중에서도 안전한 마그네슘 나노 복합체’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특히 이 논문은 3명의 저자 가운데 2명이 국내 교수진으로 소개돼 있어 국내 에너지 분야의 미래를 밝게 해주고 있다.

 논문을 집필한 전기준 교수(울산대 전기공학부·제1저자)는 “제2 저자인 울산과기대 문회리 교수(찬환경에너지공학부)와 함께 미국 버클리大 연구소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으면서 이 연구소의 제프리 어반 박사(교신 저자)와 공동연구에 착수, 지난달 말 논문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마그네슘 나노 복합체는 마그네슘에 수소를 흡착시켜 저장했다가 필요시 분리시켜 석유처럼 연료 에너지로 쓸 수 있는 물질이다. 복합체의 표면은 수소,산소, 수분 등이 섞여있는 공기에서 수소만 통과시키는 성질을 가진 PMMA, 그 안에는 낮은 온도(섭씨 200도 이하)에서도 쉽게 수소를 흡착하는 성질을 가진 5㎚(나노미터:1㎚는 10분의 1m로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크기의 마그네슘이 들어 있다.

 이 물질로 수소전지를 만들어 공기를 주입하면 수소만 분리해내 저장할 수 있고 이를 필요에 따라 연소시키면 석유보다 많은 에너지를 발생하는 것이다. 수소를 고압탱크에 저장할 때의 폭발위험성, 극저온에서 액화시켜 저장할 때 드는 고비용으로 인해 상용화가 어려웠던 점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 종래의 마그네슘 저장법은 백금·팔라듐 등 귀금속 촉매를 써야하고, 공기와 접촉을 차단하기 위한 별도의 밀폐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5㎚의 마그네슘은 촉매 없이도 수소를 쉽게 흡착하고, 공기와의 접촉은 복합체 표면의 PMMA가 차단해준다. 수소 저장량도 같은 크기의 기존 고압수소탱크의 1.5배나 된다.

 수소 에너지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제프리 롱 교수(미 버클리大 화학과)는 “화석연료의 고갈로 인한 대체 에너지 개발이 시급한 현 시점에서 수소 에너지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라며 “경제성과 안전성이 확보된 수소 저장체를 개발한 이번 연구는 수소 에너지의 상용화 길을 연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전 교수는 “수소전지차는 2015년쯤 리튬이차전지차와 거의 동시에 상용화에 들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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