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차질과 파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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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다리를 건설하는 도중에 상판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면 공사가 중단되고 공기가 늦춰진다. 이럴 경우 공사에 ‘차질’을 빚는다고 한다. 야당이 국회 의사일정에 반대하며 장외로 나가 국민에게 호소하면서 대여(對與) 투쟁을 할 경우 국회가 ‘파행’을 빚는다고 한다.

  차질(蹉跌)은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것’을 뜻하며 나아가 ‘하던 일이 계획이나 의도에서 벗어나 틀어지는 일’을 의미한다. 파행(跛行)은 ‘절뚝거리며 걷는 것’을 뜻하며 나아가 ‘일이나 계획 따위가 순조롭지 못하고 이상하게 진행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비슷한 것 같지만, 엄밀히 말하면 일이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 정도 면에서 ‘차질’과 ‘파행’은 차이가 난다. ‘차질’은 말뜻 그대로 일이 틀어지는 것이고, ‘파행’은 일이 이상하게 진행되는 것을 이른다.

  이런 미세한 차이점을 한자어가 아닌 순우리말로도 나타낼 수 있다. ‘계획[공사] 차질’을 ‘계획[공사] 삐끗[삐걱]’ ‘계획[공사] 틀어져’로 바꿔 써도 괜찮을 것이다. ‘국회 파행’은 ‘국회 비틀’ ‘국회 뒤뚱’ 등으로 바꿀 수 있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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