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피해 본 동북부 지역 … 산업화 비율 현저하게 낮아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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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여전히 일본 증시의 잠재력을 기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투자 의견에 변함이 없다.”

 세계적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인베스트먼트 지역자산운용그룹의 스티븐 도버(사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과거 고베 대지진 때도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일본 지진의 경제적 파장이 단기적 충격에 그친다는 것이다. 도버는 일본을 비롯해 한국·중국·인도·중동 운용팀 등을 총괄하고 있으며, 프랭클린템플턴의 아시아 펀드 등의 운용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또 “채권에 투자하던 글로벌 자금이 주식으로 옮겨가고 있는 사이클에 진입했다”며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이며, 이머징마켓(신흥국시장)이 장기적으로는 더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도버 CIO는 지난 주말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후 e-메일 인터뷰를 추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본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

 “지진 당시에 일본에 머물고 있었다. 언론이 피해 지역만 집중해 보도해서 그렇지 다른 지역은 양호한 상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기간시설이 피해를 보아 증시와 기업 생산성에도 충격을 줄 듯하다.”

-일본 경제나 증시에도 부정적일 것 같은데.

 “1995년 고베·오사카 대지진의 피해 규모는 1320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일본 경제는 건재함을 과시했다. 고베·오사카와 비교하면 동북부 지방은 인구와 산업화 정도가 현저하게 낮은 지역임을 강조하고 싶다.”

-앞으로의 전망은.

 “이번 지진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재해복구 작업의 신속성 여부에 달려 있다. 우리 운용팀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중동 지역의 불안도 여전하다.

 “두바이·카타르 등에 직접 가봤다. 경제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많은 젊은층은 중국·인도 등 신흥국 시장이 누리고 있는 경제적 기회를 제대로 못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의 흐름은.

 “변수는 크게 두 개다. 유가가 어디까지 오를지, 소요사태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지 여부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 다만 유가는 오르더라도 서서히 오른다면 각국 경제도 이에 맞춰 적응하기 때문에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최근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시장에서 선진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올해 선진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싸졌고, 경기회복세가 뚜렷하다. 하지만 신흥국 시장에서 돈을 빼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으로 투자를 덜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결국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 신흥국 시장이 수혜를 보기 때문에 글로벌 자금의 투자는 계속될 것이다. 신흥국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 매입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브릭스 지역의 전망은 어떤가.

 “인도의 경우 지난해 비정상적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그 부작용으로 올 초 증시가 10% 하락했다. 하지만 인도는 글로벌 경기랑 상관관계가 낮은 편이다. 그래서 분산투자 차원에서 이상적인 국가다. 중국은 긴축 가능성과 버블 우려가 있지만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어떤 시장보다 유망하다. 브라질은 자원이 풍부하고 인구구조도 역동적이지만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인플레이션 압박이 크다. 러시아는 순수하게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증시가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하지만 기업지배구조가 좋지 않다. 원자재에 투자하고 싶다면 러시아 말고도 투자할 곳이 많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 기업들은 유연성과 견고함을 갖췄고, 한국은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는 점이 IT산업에 강한 한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브랜드파워와 기술력을 갖추고, 세계 소비 증가의 혜택을 받을 IT·자동차 등 수출업종이 유망하다.”

-글로벌 경제 전망은.

 “미국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임금인데, 당분간 임금 인상은 없을 것 같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을 구가할 것으로 본다. 글로벌 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다. 다만 이머징 국가들의 중산층이 늘면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앞으로 3~5년간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글=손해용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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