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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주택 신규 사업 차질 빚을 듯

조인스랜드

입력

[최현철기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16일 발표된 정부지원 방안은 직접적인 재정지원을 제외하고 채권발행을 지원하기 위한 신용보강, 보금자리주택 건설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민간참여 확대 등의 내용이 망라돼 있다.

하지만 올해 필요한 30조원의 사업비 조달이 원활하게 진행되더라도 보금자리주택 건설사업 등 신규 사업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상당수 지원방안이 법 개정 사항이어서 국회 통과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LH 올해 6조원 자금조달 차질 우려

= LH는 2010년말 기준 총부채가 125조5000억원으로 금융부채가 90조7000억원 규모에 달하고 부채비율도 559%에 이른다.

이에 따라 채권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차질을 빚으면서 2010년 사업규모가 당초 43조원에서 26조원으로 축소되고 대부분의 신규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LH는 지난해 말 수립한 `경영정상화 방안`에서 연간 43~4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과도한 사업비를 연간 30조7천억원 수준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는 보금자리주택 건설, 세종시 등 주요 국책사업을 추진하되 신규 사업은 모두 줄인 최소한의 예산이다.

국토부는 그러나 올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산판매대금 회수가 급격히 늘어나는데 한계가 있고, LH채권 발행 잔액(57조) 등을 고려할 경우 약 6조원 가량의 자금조달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LH 신용보강, 민간 사업참여 확대 추진

= 정부의 이번 지원방안의 핵심은 올해 사업비 30조원에서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6조원을 LH가 차질없이 조달할 수 있도록 LH의 신용을 보강해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우선 이달 중에 LH공사법 시행령을 개정해 손실보전 대상사업에 임대주택 운영과 세종시 및 혁신도시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 경우 기존에 법률에서 정한 보금자리주택사업, 산업단지와 함께 LH가 추진하는 대부분의 국책사업을 정부가 보장하는 손실보전 대상이 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LH에 사업장별로 회계를 구분할 것을 지시한 상태다. 그러나 손실보전 방식은 LH가 전체 사업에서 손실을 냈을 때 정부가 법령에 명시한 사업에 대해서만 지원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정부 재정이 직접 투입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LH의 경우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진행된 지난해에도 37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회계상 적자를 기록한 해가 거의 없다"며 "법에서 지목한 사업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교차보전까지 감안한 것이어서 정부 재정지원보다는 채권발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신용보강 측면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울러 총 30조원에 이르는 국민주택기금 융자금을 선순위에서 후순위 채권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는 LH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우려해 금융기관 등 투자자들이 LH 채권을 인수해주지 않을 것을 대비한 것으로 정부의 기금 채무변제 순위를 뒤로 미뤄 채권발행을 돕자는 조치다.

정부는 또 국민주택기금의 중장기 여유자금으로 연간 5천억원 규모의 LH채권을 직접 사주기로 했다.

국민주택기금의 여유자금은 지난해 말 기준 8조3천억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3조원 이상을 중장기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또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 기초자산의 범위를 현행 임대료ㆍ공공임대 분양대금 채권에서 보금자리주택 분양 아파트의 사전예약 당첨자의 분양대금 채권으로 확대해 올해 강남ㆍ서초 보금자리주택 담보로 1조원의 ABS를 발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약 27조원에 달하는 미매각 자산의 대금 회수를 위해 LH공사가 판매 특수목적기구(SPVㆍSpecial Purpose Vehicle) 등을 설립해 재고자산을 이전하고 판매 SPV의 채권발행을 통해 미매각 자산 판매대금을 조기에 회수하기로 했다.

4월중 세부계획을 수립한 뒤 6월에 판매 SPV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또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LH의 미매각 토지를 선별적으로 매각 또는 위탁판매하고, 수도권과 지방 사옥 등 유형자산을 판매한 뒤 임대를 받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다음달 중에 금융위원회와 LH, 자산관리공사 등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4월중 LH공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국민임대주택은 건설후 임차기간(30년) 동안 건설비 회수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국민주택기금 융자금의 거치 기간을 현재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해 원금 상환 기간을 늘려주기로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LH가 납부해야 할 국민임대주택 건설기금 상환액은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올해 54억원에서 내년에는 447억원, 2013년에는 932억원으로 급증한다.

정부는 또 혁신도시 이전 예정기관의 종전 부동산 매각을 촉진해 LH에 분양대금을 조기에 지급하고 올해 LH의 정부 배당금을 면제해주는 방안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2010년 2월 1300억원, 올해 2월 936억원의 배당금을 면제한 바 있다.

LH의 자금난으로 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에는 민간을 끌어들여 사업 차질을 최소화한다. `선(先)투자, 후(後) 회수` 형태의 LH 사업구조를 개편해 투자시기를 분산하고, 민간 참여를 확대해 선투자 규모를 축소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그동안 LH가 건설해온 전용면적 85㎡ 이하 보금자리주택 가운데 중형 보금자리주택인 전용 60~85㎡ 이하의 택지를 민간에 분양해 민간 건설사가 짓도록 하는 `민간 보금자리주택`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LH가 지어오던 60~85㎡의 일부를 민간 짓도록 하되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해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촉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보금자리주택 특별법을 개정해 공공-민간 공동법인에게 보금자리주택지구 택지개발 사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민간 건설사의 부도 등으로 금융기관이 확보하고 있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사업장도 보금자리주택 건설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과 협의를 거쳐 부실 사업장을 LH가 감정가로 수용한 뒤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해 주택을 건설하게 된다.

그동안 저소득 주거 안정을 위해 시행하던 다가구 매입 임대사업은 신축 주택에까지 확대한다.

LH가 주택업자 등과 사전 계약을 통해 도심내 신축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서민층에 시중가의 80% 선에서 최장 10년까지 장기 전세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6월중 예산협의를 거쳐 7월에는 5000가구에 대해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LH 유동성 위기의 가장 큰 원인중 하나인 임대주택건설 재정지원 기준 단가(현재 3.3㎡당 541만원)를 상향 조정하고 현재 건설비용의 25%인 재정분담율도 추가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해 내년 예산 편성시 반영하기로 했다.

LH 임대주택에 대해 부여하고 있는 취득세 등 지방세 50% 감면 혜택은 지방 공사와 마찬가지로 면제해주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밖에 LH의 토지보상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대토보상을 활성화하고, 이와 관련한 세제지원 방안을 4월중 마련키로 했다.

또 총리실 주관으로 교육과학기술부, 환경부 등과 협의해 LH가 신도시ㆍ보금자리주택 건설시 책임져야 하는 학교 용지와 시설 무상제공 의무와 녹지율 부담을 완화해줄 계획이다.

아울러 주거환경 개선 신규사업은 지자체가 시행하거나 현지 개량방식으로 유도하고, LH에 위탁할 경우 소요 재원 분담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또 국가산단 이외에 신규 일반 산단 개발을 지양하고, 지자체 중심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신규사업 차질은 불가피

= 정부의 지원방안으로 LH의 채권 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에는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직접적인 재정지원 효과는 없지만 정부의 신용보강 효과를 통해 올해 30조원의 사업비 조달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통해 125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해소하는데는 역부족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LH의 재무구조가 언제 정상화될 지는 알 수 없다. 부동산 시장 등 외생변수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특히 연간 추진 사업비를 30조원으로 대폭 축소하면서 앞으로 신규 사업 추진에는 대부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금자리주택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지구에 2012년까지 32만가구를 공급해야 하지만 연간 30조원의 사업규모로는 연간 8만가구 이상 사업승인을 받기 어렵다.

이번 지원방안이 보금자리주택특별법, LH공사법 등 법 개정이 수반되는 것이어서 국회 통과가 지연될 경우 사업 일정이 마냥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보금자리주택사업에 대한 민간 참여를 위해 보금자리주택특별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는 그린벨트 훼손 정당성, 민간 건설사에 대한 특혜 논란 등의 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법 개정을 얼마나 빨리 차질없이 진행하느냐에 따라 LH 채권발행 및 유동성 개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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