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 과학자 활약 두드러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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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을 마감하는 1999년은 과학.기술계에 있어 해외파 젊은 과학자의 활약이 두드러진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올해에는 과학분야에서 연구업적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무대인 `네이처(Nature)''와 `사이언스(Science)'' `셀(Cell)'' 등 세계적인 저널에 예년보다 유난히 많은 해외파 과학자들의 논문이 실렸기 때문이다.

네이처와 사이언스, 셀 등은 금세기 과학의 흐름을 주도한 중요 논문들이 게재돼 `노벨상의 산실''로 불릴 만큼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학술지이다.

해외에서 활약중인 젊은 과학자들의 이런 성과는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바람직한 현상일 뿐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하에서 시름에 싸여있는 국민들에게 신선한 활력소가 되기도 했다.

지난 2월 미국 스탠퍼드대 물리학 박사과정의 김정상(김정상.29)씨는 양자정보처리기술의 핵심장치인 `단일광자 빔 발생장치''를 개발, `네이처''에 발표했다.

단일광자 빔 발생장치(single-photon turnstile device)는 작은 구멍으로 물분자가 하나씩 빠져 나가게 만든 물총처럼 광자를 하나씩 규칙적으로 만들어내는 광원(광원.light source)으로 이 장치 개발은 관련 학계가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 중 하나로 꼽히는 난제였다.

미국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LLNL) 고압물리학그룹(High Pressure Physics Group) 리더인 유충식박사는 4월 `사이언스''에 이산화탄소를 수정과 비슷한 고체 고분자물질(Polymer)로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유박사가 이산화탄소를 고온과, 고압으로 처리해 만든 고체 이산화탄소 고분자(CO₂-Ⅴ)는 이산화탄소 분자가 사슬처럼 연결된 거대분자이며 과학자들이 50여년간이나 개발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물질로 레이저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광학성질과 뛰어난 물리적 성질을 가지고 있어 활용성이 기대되고 있다.

미국 브라운대 분자생물.세포생물.생화학 박사과정의 정준일(정준일.29)씨는 태아 발생단계에서 간(간) 세포가 생성시키는 신호(FGF1, FGF2)를 규명, 이 신호를 이용해 미성숙 쥐 세포에서 간 세포가 생성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6월 `사이언스''에 발표된 이 연구는 동물 발생에서 특정 장기로 분화되기 전단계의 세포가 어떤 과정을 거쳐 간 등으로 발전하는지 밝혀주는 것으로 조직의 재생이나 병든 세포를 정상회복 등 난치병 퇴치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이언스''는 또 6월 25일자에 불치의 유전병인 부신백질이영양증 (ALD) 진행을 늦추는 유일한 물질로 알려진 `로렌조 오일''의 비밀을 풀 수 있는 한 한국인 과학자의 연구논문을 게재했다.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선임연구원 민경태(민경태.37) 박사의 이 논문은 로렌조오일 성분을 초파리에게 투여, 병을 치료하는 연구로 `사이언스''에서 주요논문으로 선정돼 연구가 미칠 영향과 전문가 분석 등 해설기사와 함께 비중있게 다뤄졌다.

10월에는 미국 노스웨스턴대 나노공정연구센터에서 연구중인 홍승훈(33)박사가 `사이언스''에 반도체의 집적도를 현재 수준의 1만배까지 높일수 있는 초미세구조 공정기술 개발을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이 기술은 물질을 원자 수준에서 관찰하는 원자힘 현미경 (AFM:Atomic Force Microscope)을 이용해 원자나 분자 크기의 글씨, 도형 등을 만들수 있는 `딥-펜 나노리소그라피(DPN:dip-pen nanolithography)''라는 것으로 이를 이용하면 반도체의 집적도를 현재 가장 앞선 수준의 반도체의 1만배까지 높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인터루킨-2(IL-2)와 칵테일요법(HAART.에이즈치료제 3-4가지를 섞어 사용하는 것)을 함께 사용하는 복합치료법 개발로 주목을 받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전태욱(31)박사는 10월 `네이처''에 인체 내에 에이즈바이러스(HIV)가 숨어서 치료제를 피할 수 있는 은신처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사람 몸 안에 지금까지 알려진 비활동성 T세포(CD4+ T cells)외에 다른 HIV 은신처가 있음을 증명, 에이즈 정복의 걸림돌 하나를 밝혀낸 것이다.

에이즈 연구의 선구자로 꼽히는 미국 화이트헤드연구소의 피터 김(41.재미동포2세)박사는 10월 `셀''에 에이즈바이러스의 기능을 무력화시켜 몸 안으로 침투하지못하게 할 수 있는 `D펩티드''라는 신물질을 찾아냈다고 발표, 에이즈 예방연구에 새로운 토대를 마련했다.

`네이처'' 10월 21일자에는 재미교포 2세인 루슨트테크놀로지사(사) 벨연구소(Bell Labs) 이동렬(다니엘 리.29)박사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승현준 (세바스천 승.33)박사가 개발한 뇌의 신경작용을 모방한 컴퓨터프로그램이 소개돼 관심을 모았다.

이 프로그램은 미래 인공지능 컴퓨터나 효율적인 인터넷 검색엔진, 동영상.사진데이터를 저장하고 전송하기 위한 데이터 압축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의 재미 여성 천체물리학자인 노틀담대 이선홍교수는 11월`네이처''에 한 쌍을 이루고 있는 쌍성(쌍성)의 주위를 돌고 있는 외계 행성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 행성 30여개는 모두 별 하나를 회전하는 것으로 쌍성을 회전하는 행성은 처음 발견된 것이며 이는 우주에는 행성이 인류가 생각하는 것보다훨씬 많이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국 코넬대 박사과정의 이효준(28)씨는 원자나 분자를 한개씩 조작해 새로운물질을 만들 수 있는 획기적인 초미세 조작 기술을 개발, `사이언스(11월 26일자)''에 발표했다.

이 신기술은 원자나 분자를 하나씩 움직여 새로운 분자를 만들 수 있어 10억분의1m (나노미터) 크기의 물질을 다루는 나노 과학-기술(Nano Science-Technology)실현 뿐아니라 화학결합의 본질을 연구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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