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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벤처스타들 대거 탄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고요? 편히 쉴 시간도 없는데 애인만나 커피 마시고 사랑할 시간이 있겠습니까"
올해 인터넷업계의 스타로 떠오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총각사장 이재웅(32)씨는 지난 몇년간 무명의 세월을 견뎌낸 끝에 인터넷업계의 정상에 우뚝섰건만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완연하다.

"자고나면 어느새 덩치가 커진 경쟁업체가 정상의 자리를 위협하면서 다가옵니다.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는 자전거처럼 이젠 멈출수도 없이 앞을 향해 달려갈수 밖에 없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경쟁업체로 보이지 않던 조그만 업체들이 이튿날이면 전략적 제휴 등으로 합종연횡하면서 어느새 강력한 경쟁업체로 바짝 다가온다는 것이다.

지난 95년 자본금 3천만원으로 회사를 설립, 인터넷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첫 몇년동안 인터넷의 초창기여서 그룹웨어사업, 인터넷 컨텐츠사업 등 하는 일마다 영 신통치가 않았다.

고민끝은 찾아낸 아이템이 무료 E-메일서비스.
97년 5월부터 `한메일넷''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 서비스는 7개월여만에 1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했고 98년에는 1백만여명, 드디어 올해엔 500만명을 돌파, 폭발적인 성장세를 달렸다.

매출액도 97년 11억원, 98년 17억원으로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렸으나 올해 들어서는 65억원을 달성, 작년대비 5배의 경이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난 10월 코스닥에 공모가 1만원에 등록한 이 회사의 주식.

이 회사의 현재 주가는 10만원을 넘어 이사장은 `돈''에 관한 한 부러울 것이 없을 정도. 직원들에게도 우리사주로 평균 4천주를 나눠져 직원모두가 4억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갖고 있고 스톡옵션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수십억원을 가진 재산가들이다.

이처럼 잘나가는 회사의 사장도 이제 경쟁업체들의 난립으로 한순간이라도 방심할 경우 급전직하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저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신기술로 무장한 `고수''들이 쉴새없이 도전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한해는 정보통신 분야 벤처기업들의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벤처기업 스타탄생의 무대였다.

마치 미국 개척시대에 유럽인들이 금광으로 노다지를 캐러 달려가던 `골드러시''를 연상케 한다. 올들어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인터넷 골드러시에서 이미 금맥을 찾은 사람은 이사장외에도 한둘이 아니다.

한글과컴퓨사의 전하진(41)사장도 올해 인터넷업계에서 화려하게 떠오른 스타중의 스타. 지난해 7월 아래아한글지키기 국민운동본부(본부장 이민화 한국벤처기업협회 회장)가 한컴을 인수한 직후 공채를 통해 취임한 전사장은 1년여만에 침몰직전의 한컴을 정상화, 국내 최대의 인터넷업체로 성장시켰다.

전사장이 취임당시 받았던 스톡옵션 10만주가 지난 8월말 액면분할로 100만주로 늘어났고 6천원(액면가 5천원)을 맴돌던 주가는 3만원대(액면가 500원)를 바라보고있어 그의 보유주식을 시가로 환산하면 300억원에 가깝다.

전사장의 이러한 화려한 변신은 탁월한 경영감각으로 한컴을 불과 1년여만에 침몰위기에서 국내 최대의 인터넷업체로 키워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올해 화제의 벤처기업인으로는 골드뱅크의 김진호(32)사장을 빼놓을 수 없다.
김사장은 97년 4월 `광고를 보면 돈을 줍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인터넷광고사업을 시작했다. 호기심많은 네티즌들이 앞다퉈 이 사이트를 방문, 회원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 여세를 몰아 98년 4월 국내에서 최초로 인터넷을 통한 주식공모, 코스닥등록, 해외전환사채발생,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등으로 2년여의 짧은기간에 8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벤처기업사냥에 나서 이제는 15개에 달하는 유망벤처기업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더 나아가 재벌만이 가질 수 있었던 프로농구단(나산농구단)까지 인수하면서 명실공히 벤처재벌로 탄생했다.

골드뱅크의 매출액은 지난해 12억원에 적자 5억8천만원이었던 것이 올해에는 1백20여원의 매출에 20여억원의 흑자를 바라보고 있다.

김사장에 대한 평가는 여러가지로 엇갈리고 있지만 인터넷 붐을 타고 최단기간에 급성함으로써 국내에서 창업가들에게 벤처의 꿈을 심어주었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골드뱅크의 김사장에 비하면 나모인터랙티브의 박흥호(36)사장은 아주 모범적인 성장을 이룬 케이스.
너도 나도 인터넷컨텐츠사업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가운데서도 그는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용 소프트웨어인 `나모 웹에디터''를 만들어 외국제품이 판치고있는 국내시장을 평정했다.

올해에는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로는 처음으로 세계 최대의 컴퓨터전시회인 컴덱스전시회에 독립부스를 마련,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지난해 국내 매출 12억원에서 금년 들어서는 10월 현재 연간 매출목표인 30억원을 이미 달성하는 등 급성장하고 해외에서는 올해 약 50만달러의 수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일본에는 에모리상사를 통해 60만개(약 600억원)를 수출했고 최근에는 호주의 트레이드 플러스사에 20만개를 3년간 공급키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수출실적이 급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외에도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유럽지역에도 현지업체들을 나모웹에디터 판매담당으로 선정, 꾸준한 판매실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 컴덱스를 계기로 미국업체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어 내년에는 나모웹에디터의 미국대륙 상륙이 머지않았다.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의 안철수소장도 올해들어 국민적 스타기업인으로 부상했다. `한국의 정보화 파수꾼''으로 자리매김한 그는 한글과컴퓨터의 이찬진 사장의 공백기를 메워준 벤처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안소장은 연구소를 설립한지 4년만에 한글과컴퓨터에 이어 패키지 소프트웨어업체로는 두번째로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시켜놓았다. 올해 매출액은12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찬진사장도 1년여의 침묵을 깨뜨리고 `드림위즈''라는 회사로 포털서비스에 나섰다.그의 명성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듯이 불과 두달여만에 국내 포털사이트중 3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새롬기술, 네이버컴, 인터파크, 옥션, 라이코스코리아, 다우기술, 나눔기술 등 열거할 수없을 정도로 많은 벤처기업들이 화려한 모습으로 스타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어 가히 인터넷벤처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올해 떠오른 인터넷업계의 스타들은 돈방석에 오르기는 했지만 내년에는 더욱 바쁘고 피곤할 것으로 보인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탄탄기술력을 갖춘 인터넷벤처들이 새로운 스타를 꿈꾸며 전국각지에서 정상의 자리를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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