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 식탁 위 … 보이는 곳마다 계획표 붙여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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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이 시작된 지 꼭 2주째다. 많은 학생이 새로운 출발과 함께 결심을 하고 목표를 세웠다. 야심 차게 세운 계획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할 시기다. 꾸준히 잘 실천하는 학생도 있지만 이미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결심은 오래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말 ‘작심’하고 실천하는 데 ‘3일’이 고비일까.

글=박정현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학기 초 세운 계획을 점검해 볼 때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으려면 다이어리나 달력 등을 활용해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김경록 기자]

결심한 것 열흘 ~ 한 달은 잘 지켜

대학생의 경우 ‘한 달’ 동안은 결심한 것을 잘 실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려라 공부팀이 최근 중앙일보 ‘공부의 신 프로젝트’ 참여 대학생 멘토 2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43%(96명)가 ‘계획을 세우면 한 달은 지킨다’고 대답했다. 이어 ‘일주일은 간다’는 응답이 32%(72명), ‘6개월 이상’도 8%(18명)나 됐다. 1~3일 지킨다는 의견은 13%(28명)였다. 이들은 결심이 금세 무너지는 이유를 ‘의지 부족(46%·102명)’과 ‘게으름 등 성격(15%·34명)’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2008년 취업 사이트 오픈 샐러리와 리서치 업체 엠브레인은 운동·금연·다이어트 등 구체적 새해 계획을 세운 1200여 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얼마나 계획을 지켰는지 확인해보니 3일 후 포기한 사람은 9.1%였다. 10일 후 포기한 사람이 17.1%로 가장 많았고, 평균 11.1일 지속된 것으로 조사됐다.

스트레스가 결심한 것 포기하게 해

더나은삶정신과의원 문요한 원장은 “작심삼일이란 결심을 지키기 어렵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결심에 따른 보상은 시간이 지나야 얻어지지만 불편함은 즉각적인 스트레스 반응을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예컨대 공부나 저축, 다이어트 등의 결심은 불편이 따른다. 이 때문에 실천할 때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오거나 금단증상이 생겨 기분이 좋지 않다. 반면 게임 중독이나 과도한 TV 시청 등 새로운 결심을 하게 만든 원인 행동은 쾌감을 유발하는 도파민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고 자꾸 하고 싶어진다. 문 원장은 “뇌는 장기적인 만족보다 즉각적 만족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주일 뒤에 얻게 되는 초콜릿 두 상자보다 당장 손에 든 한 상자를 더 원한다는 얘기다.

리더십센터 김경섭 회장은 이전의 편안함으로 돌아가려 하는 ‘구습(舊習)안주력’이 작심삼일의 원인이라고 했다. 『작심후 3일』의 저자 김일희씨는 무계획을 원인으로 꼽았다. 결심은 했지만 구체적 실행방안이 없기 때문에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작심 후 3일 동안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화 일어나는 기간은 목표·성향 따라 달라

결심한 후 며칠 동안 실천해야 변화가 생길까. 『꿈이 이뤄지는 시간 30일』을 쓴 일본 도쿄대 이시우라 쇼이치 교수는 ‘작심 30일’은 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습관을 바꾸려면 일정 기간 뇌의 구조를 변화시켜야 하는데, 나쁜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뇌를 맞춰가려면 적어도 한 달은 걸린다는 것이다. 건국대 미래지식연구소 정철희 교수는 “생체시계가 교정되는 데 21일은 걸린다”고 말했다. ‘21일 법칙’은 무엇이든 21일 동안 계속하면 습관이 된다는 것으로 예일대 등 많은 대학에서 학습상담에 활용하고 있다.

문 원장은 “이 기간은 목표, 개인의 성격이나 심리상태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예컨대 ‘매일 아침 물 마시기’처럼 행동에 따른 불편함이 크지 않으면 일주일만 반복해도 쉽게 습관화될 수 있다. 하지만 올빼미형으로 생활해 온 사람이 오전 6시에 기상하기로 결심해 행동으로 옮기면 100일을 지속해도 다시 무너지기 쉽다. 중독성 있는 행동은 2년이 돼야 비로소 안정적 단계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비전트리’ 만들어 동기 부여

작심삼일의 의미를 의지가 약해 3일밖에 실천할 수 없다는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은 좋지 않다. 그보다 유혹에 약하기 때문에 자주 결심을 들여다보고 되새김질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 매일 실천행동을 노트에 기록한다. 김 회장은 “일정관리나 수첩, 계획표 등 어느 정도 강제성을 띤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도구들을 항상 들고 다녀야 한다. 포스트잇을 활용해 눈에 띄는 곳에 모두 붙여도 좋다. 박 진희(경희대 중국어학과 4)씨도 그런 경우다. 방 벽에 ‘비전트리’를 붙인다. 그는 “몇 년 후의 일을 현재 실현된 것처럼 현재형으로 쓰거나 이미지를 붙여 동기부여를 한다”고 했다. 김일희씨는 3일만 ‘시간 가계부’를 써볼 것을 권했다. 그는 “결산을 해보면 시간 짠돌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결심은 혼자 지키기 어렵다. 주위 사람과 함께 실천하면 훨씬 오래 지킬 수 있다. 외부에 알리고 공개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기 의지만으로 실천하기보다 실천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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