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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전력난에 공장 멈춘 일본 … 국내선 중기 수출입 피해신고 벌써 70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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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일본 경제가 전력난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지진이 강타한 일본 동북부 지역의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가 전력 생산을 중단하면서 주요 생산설비가 멈춰섰다. 시간표에 따라 전기를 끊는 ‘계획 정전’으로 일본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기업이 줄줄이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일본발 경제위기설도 불거지고 있다.

 15일 일본 닛케이평균지수는 전날에 이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도체 등 첨단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일본 업체의 조업 중단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상당할 전망이다.

 뉴욕 타임스(NYT)는 대지진으로 인한 전력과 물부족 사태가 일본 경제에 가장 큰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14일부터 시작된 제한 송전은 최소한 2주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에 따라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애초 일주일 안팎으로 예상했던 일본 내 산업시설 가동 중단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피해는 협력사와 판매 업체까지 연쇄적으로 파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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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라증권은 “제한 송전으로 인한 일본 내 산업 생산 감소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에 0.3%의 손실을 입힐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일본 전체 전력 공급에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6%다. 일본에 있는 원전(50개) 중 후쿠시마 원전 등 11개가 피해 지역에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 중 원전 폭발 등으로 생산이 불가능해진 원자력에너지가 9700㎿ 정도일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 전체 전력 생산량 23만7513㎿의 4% 정도다.

 원전뿐 아니다. 동북지역의 화력발전소와 송·배전망도 상당수가 작동불능 상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1만831㎿의 화력발전 손실이 발생했다. LNG(액화천연가스)나 벙커C유, 석탄 등 대체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지만 단가가 비싸다는 부담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 지진 이후에 천연가스 가격은 12%나 올랐다. 전력난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간 나오토 총리는 14일 계획 정전 방침을 밝히면서 “며칠 내에 전력 공급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력 부족 사태가 일본 전역으로 확산하며 주요 기업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지진 발생 이후 일본 내 12개 공장을 전면 폐쇄한 도요타는 16일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미 4만 대 이상의 차량이 대지진으로 파손됐다. 3일 동안의 손실액은 파손 차량을 포함해 4억3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블룸버그는 공장 조업 중단으로 매일 7200만 달러의 손해가 추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제2의 자동차제조업체인 닛산도 15일까지 4개 공장의 조업을 중단했다. 나머지 2개 공장은 18일까지 공장을 폐쇄한다. 혼다는 20일까지 조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미 승용차와 트럭의 생산을 줄였다. 골드먼삭스는 닛산과 혼다가 매일 20억 엔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추산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의 생산 중단은 해외 소비자에게도 부정적이다. NYT는 “최근 몇 년 동안 일본 자동차 업체가 생산 시설을 해외로 이전했지만 도요타의 프리우스 등 일부 인기 있는 모델은 여전히 일본에서 생산하고 있다”며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이들 모델의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첨단 반도체 제품과 전자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정전은 더욱 치명적이다. 생산 과정에서 불량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제한 송전’은 공정 관리도 어렵게 한다. 물 부족도 반도체칩 제조에는 중요한 요소다. 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거나 오염도가 높아질 경우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

 소니는 대지진의 피해와 정전 등으로 10개 공장과 2개 리서치센터의 가동을 중단했다. 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6개 공장의 생산은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다. 특히 쓰나미가 덮친 미야기현의 블루레이 디스크와 마그네틱 테이프 생산 공장은 조업 재개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도시바도 정전으로 5개의 공장 운영을 중단했다.

 NYT는 “첨단 전자제품의 경우 전 세계 네트워크가 긴밀하게 조율해 매일 매일의 생산 스케줄이 조정되고 결정된다”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컴퓨터에 내장되는 경량칩의 약 40%를 생산하는 일본 전자업체의 조업 중단이나 공장 폐쇄는 전자 부품의 가격과 일본의 수출, 세계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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