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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일본발 위기 세계로 … JP모건, 미 성장률 전망 낮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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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전력난 비상 … 불 꺼진 도쿄 긴자거리 제한 송전이 실시된 14일 일본 도쿄 긴자 지역의 가로등과 전광판 등이 꺼지면서 거리가 어둠에 휩싸여 있다. 대지진으로 전력난이 심각해지자 일본 정부는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에 제한 송전을 실시했다. [도쿄 AFP=연합뉴스]


세계 경제가 일본발 위기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전날 미국·유럽 주가가 하락한 데 이어 15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동반 급락했다. 대지진 초기의 낙관론은 원전 폭발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대신 일본발 위기의 크기를 재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세계 3위 일본 경제에 닥친 충격이 자칫 회복기 세계 경제를 짓누르는 악재로 번질 조짐이다.

 15일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10.55% 폭락했다.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며 1000포인트 넘게 하락한 8605.15로 장을 마감했다. 장이 주저앉는 과정은 전날의 복사판이었다. 이날 새벽 후쿠시마 원전 2·4호기 추가 폭발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6% 하락세로 출발한 뒤 오전 11시쯤 이들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다는 소식에 공황상태로 빠졌다. 서킷브레이커(일시적 거래중단 조치)가 발동됐지만 예견된 추가 폭락을 멈추게 하진 못했다. 이날 하락폭은 역대 셋째다. 하루 1000포인트 넘게 떨어진 것은 2008년 10월 이후 두 번째다.

닛케이지수는 한때 1400포인트까지 빠지기도 했지만 장 막판 하락폭을 다소 만회했다. 도시바와 오키전기가 19% 이상 하락하는 등 일본 산업의 대표 종목들이 줄줄이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전날 선방했던 아시아 증시도 쓰나미에 휩쓸렸다. 코스피는 이날 47.31포인트(2.4%) 하락한 1923.92로 마감했다. 오후 한때 1900 아래로 미끄러지기도 했다. 코스닥은 13.54포인트(2.69%) 내린 489.44로 마감해 지난해 12월 28일 이후 처음으로 500선을 내줬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15일 종가는 모두 연중 최저치다.

홍콩증시와 대만증시도 3% 넘게 떨어졌다. 호주 증시도 2.1% 내렸다. 아시아 증시는 개장 초 약보합권에 머무르다 원전 폭발에 따른 방사능 공포 확산과 함께 급락세를 탔다.

 엔화가치는 강세를 지속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81.70엔으로 거래를 마감해 전날보다 0.47엔 올랐다. 해외에 있던 일본 자금의 본국 귀환이 지속되리란 기대 탓이다.

 시장 혼란이 커지면서 대지진의 경제적 파장을 가늠하는 눈도 달라지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지진이 유가 및 식품가격을 올려 세계경제에 타격을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하면서 올 상반기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4%에서 3%로 하향 조정했다. 이 회사는 앞으로 다른 지역의 성장률 전망치도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대지진을 아시아권의 문제로 치부했던 다른 지역 국가들도 긴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아시아권의 타격이 생각보다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5일 대지진이 일본 경제에 입힌 타격이 수주 내에 아시아 전역으로 퍼져 물가 상승으로 고전하는 이들 국가를 괴롭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국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 9%대에서 하락한 7.5~8%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본 지진이란 악재가 추가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WSJ는 “일본 내 주요 기반시설이 파괴되고 많은 공장이 전력 부족으로 조업에 차질을 빚으면서 아시아 주요 수출국의 공급망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일본과 여타 아시아 국가 간 무역이 단기적으로 급감하고 인플레이션이 겹치면 아시아 지역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관리와 전문가들은 지진이 중국 경제에 직접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일본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이들 국가의 금리 인상이 지연되고 고물가가 지속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일본 경제 재건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점도 예상보다 늦춰지고 있다. 재건 시점을 ‘이르면 4분기부터’로 잡았던 많은 전문가는 잇따른 원전 폭발 이후 ‘내년 이후’로 미루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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