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현장서 필요한 건 스마트폰 아닌 무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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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3일 방한한 페이 텍 모(50·사진) 모토로라솔루션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사장은 “재난 현장에선 통화량이 폭주해 일반 통신망은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라며 "재난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무전기입니다.”라고 말했다. 또 “무전기처럼 재난 상황에 적합하게 설계한 특수 통신망이야말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토로라솔루션은 세계 1위의 공공·기업용 무선 통신 솔루션 기업이다. 주로 경찰·군·소방·항공 등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무전기와 이를 위한 통신망을 서비스한다. 유통·물류·조선·해운업계 기업들에 비즈니스 통신 서비스도 제공한다. 페이 사장은 “일반 소비자에겐 생소할지 모르나 매출이 모토로라 휴대전화 부문과 맞먹을 만큼 규모가 큰 회사”라며 “‘고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돕는다’는 슬로건 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무전기의 진가는 위기 때 드러난다. 인도네시아 쓰나미, 쓰촨성 지진 등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도 무전기가 주요 통신수단 역할을 했다. 각국에서 온 구호요원들은 모토로라가 무상 제공한 무전기를 통해 정보를 교환했다. 페이 사장은 “무전기는 ‘다수 대 다수’ 통신이 가능한 데다 보안성도 뛰어나 일반 통신이 제 역할을 못 할 때 이동 중에도 빠르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14일 일본 대지진 현장에도 무전기와 서비스 인력을 급파했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참혹한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무전기로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번 일본 대지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상적인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무전기는 중요한 의사소통 도구다. 예를 들어 착륙한 비행기를 재정비하는 데 주어지는 시간은 대략 30분. 그 사이에 주유·청소·기계점검 등을 하려면 수십 명이 수백 건의 다수 대 다수 통신을 해야 한다. 무전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페이 사장은 “무전기가 디지털화하면서 음성뿐 아니라 데이터도 전송할 수 있게 됐다”며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도 또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 약진이 무선통신 영역을 침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스마트폰이 언제 어디서나 나를 돕는 ‘비서’라면 무전기는 ‘특공대’입니다. 항상 필요하진 않지만 없어선 안 되는 존재죠.“

 페이 사장이 ‘특공대’의 미래는 밝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실제로 모토로라솔루션의 매출은 2003년 이후 매년 5~8% 성장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그는 “1월 모토로라그룹은 휴대전화 사업부와 솔루션 사업부를 분리했다.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만큼 10억 달러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등 앞선 기술 개발로 글로벌 1등 자리를 굳히겠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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